지난 화요일 피아노 레슨은 완전히 암울했다. 지난주 선생님이 지적해주신 부분을 염두해서 세심하게 연습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대충대충 연습하다 보니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한주 동안 전혀 발전이 없었던 것 같았다.

아무렇게나 건반을 누르다가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위해 타건 방법을 바꾸었더니 마치 풍맞은 사람처럼 빠르게 치려고 하면 손이 마음대로 안움직인다. 어렸을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으며, 어렸을때 그만둔 것을 후회하는 한편으로 과연 노력하면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마주하며 불안함에 떨고 있다. 그러나 몇 년은 꾹 참고 나아갈 생각이기에 그리 조급하지는 않다.

최근의 성의없는 연습을 반성하며, 레슨 이후에는 항상 마에스트로(?)가 일러준 것을 상기하며 재미위주가 아니라 실력향상을 위주로 연습을 하고 있다. 오늘도 그렇게 잘 움직이지 않는 4번 손가락에 영혼을 불어넣기 위해 스타카토를 열심히 연습하던 중 현택이형이 잠깐 들르셨다.

잠깐의 담소를 나눈 후, 현택형은 연습을 하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고, 곧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체르니 30번을 치던 나는 치던 것을 멈추고 넋을 잃은체 그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 곡은 바로 쇼팽 에튀드 Op. 10, No. 1 이였는데, 최근에 많이 듣는 곡이다. Etude는 연습곡을 의미하는데 쇼팽의 에튀드는 연습곡이면서도 굉장히 아름답다.

지금은 그저 부러울 따름.
올해 2월 입사 후 한번의 휴가도 없이 달려왔더니 지쳤는지 최근 한달 동안은 만성 피로 증세를 보이길래, 여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딱 100일이였을 어제 하루의 휴가를 얻어 집에 다녀왔다. 휴가 덕분에 토요일 아침 분당을 떠나 어제 밤 분당으로 돌아오기까지 2박 3일을 집에서 푹 쉴 수 있었다.

집에서 내가 한 일은 먹기, 자기, 영화보기, 스타크래프트 게임하기의 반복이였던 것 같다. 집에서 본 영화에 대하여 간략히 평하자면,

피아니스트의 전설
영화의 절반을 창원 가는 버스 안의 열악한 환경(클릭스의 작은 화면과 고속도로를 달리는 소음)에서 감상한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대단한 영화였다. 특히나 재즈를 창시했다고 주장하는 거시기와의 피아노 배틀은 정말로 최고였다. 생각난 김에 글 다쓰고 피아노 배틀 장면만 다시 봐야겠다.

리턴
별 기대 안하고 본 한국영화였는데, 정말 괜찮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들면서 시작한 영화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감탄을 자아낸다. 극중 캐릭터는 달랐지만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다시 만나 반가웠다.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시길.

레지던트 이블 1, 2, 3
심심풀이 땅콩으로는 제격. 좀비 나오는 영화는 이제 조금 식상하다.

캐리비안 해적 - 세상 끝에서
다  못보고 돌아왔다. 아하하.

스타크래프트도 꽤 많이 했는데 승패는 반반 인 듯. 최근에 저그로 주종족을 바꿔서 하고 있는데, 워낙 잘 못하기 때문에 배틀넷 West 서버에서 외국애들하고 같이 하니까 그나마 좀 할만했다.

잘 챙겨주신 부모님 덕분에 잘 먹고, 잘 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현실로 돌아온 나의 걱정은 오늘 있을 피아노 레슨! 지난 금요일 학원 콘서트로 인해 연습을 할 수 없었고 주말 내내 연습을 하지 못해서 벼락치기를 해야 했다. 사택에 가서 옷과 책상을 정리하고 2시간 정도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너무 빨리 치려고 해서 그런지 손은 점점 꼬여만 갔다.

결국 오늘 레슨에서는 이래저래 실수를 연발하고, 실력이 뒷걸음질 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뭘 모르고 처음 배울때는 생각보다 쉽게 예전만큼 칠 수 있었는데, 잘 하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 모르겠고 잘 안되는 것은 볼링을 배울 때의 경험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지금이 딱 어렸을 때, 도저히 실력이 늘지 않아서 그만 두었던 그때 그만큼에 도달했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건반을 수백번, 수천번 누르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없다는 것도. 피아노는 인생에 얻고 싶은 간절한 무엇이 있다면 쉽게 얻으려고 하지말고 긴 시간을 인내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휴가 이후 나는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퇴근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업무시간에 업무에 집중하고 자기 개발 및 취미 생활은 7시 이후에 집중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하루를 꾸려 나갈 생각이다. 컴퓨터가 필요한 공부는 9시까지 회사에서 하고, 9시 즈음에 퇴근하여 집에서 책읽다 지루하면 피아노 치고, 피아노 치다 지루하면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들면 좋을 것 같다.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책을 도통 읽지 않는다. 대학원때는 점심먹고, 저녁먹고, 자기전에 총 1시간에서 2시간 가량 책을 읽었는데, 요즘에는 점심먹고 피아노 연습, 저녁먹고 사회생활(스타XXXX)을 하고, 비효율적인 일과 운영으로 밤 늦게 퇴근 하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 작년에는 80여권의 책을 읽었는데 올해는 50권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오늘부터는 일찍 퇴근해 스탠드를 켜고 한시간은 꼭 책을 읽어 미래를 대비하고, 한시간은 피아노를 연습하며 일과 여가가 균형잡힌 삶을 도모하자.

p.s.
벌써 10시가 넘었구나. 퇴근하자. @.@

오늘 야마하 음악교실에 찾아가 레벨 테스트를 받을 것을 대비하여 어제는 12시에 퇴근해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30분 정도 연습한 후 잠을 청했고,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연습을 하는 열의를 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한 시간에 야마하 음악교실에 도착하여 선생님을 만났다. 꿈에 그리던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진 개인 레슨실에 들어가 선생님과 상담을 시작하였다. 어떻게 피아노를 배워왔고, 어떤 책으로 연습했는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짧게 나눈 후 하농부터 체르니, 소나티네 순서로 치게 되었다.

소나티네야 오늘 아침에도 연습하여 그럭저럭 괜찮게 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한달 동안 거의 친 적이 없는 하농이 웬말인가! 난생 처음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은데다 처음 보는 선생님 앞에서 연주하다보니 긴장을 아니할 수 없었다. 하농의 시작은 아주 낮은음에서 시작하는데, 그랜드 피아노가 들려주는 중후하고 풍부한 음에 놀라며 연주를 시작했다. 살짝 미스를 내며 연주를 끝내고 체르니 30번으로 넘어갔다. 정확히 치기 참으로 헤깔리는 체르니 30번의 1번곡을 소화 한 후 소나티네의 첫번째 곡을 연주하게 되었다. 그나마 많이 연습하여 자신있는 소나티네의 가장 쉬운곡을 연주하는데 선생님이 한옥타브 건너 빠르게 연주하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

레벨 테스트가 끝난 후 선생님의 평가(?)가 이어졌다. 딱딱하게 연주하긴 하지만 손 모양도 고르고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연습해서 열심히 따라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소나티네도 체르니 30번도 조금 무리가 되겠지만 뛰어넘어서 중간 수준 정도부터 해도 될 것 같다는.

중간중간 시범을 보여주시는 선생님의 경쾌한 손놀림에 나는 경악했다. 똑같은 음을 쳐도 느낌이 확연히 다를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속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터치는 한마디로 경이로웠다. 나에게 음악적인 느낌을 살려 연주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앞으로는 연습할 때 단순히 악보대로 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선생님이 다음주에 레슨을 못하셔서 다다음주부터 레슨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단 연습실을 이용하기 위해 등록을 했고 책을 맡겼다. 그 동안은 체르니 30번의 1번, 소나티네의 첫번째 곡, 하농 1, 2번을 완벽히 연주할 수 있을만큼 연습해야 한다.

입회비 : 3만원
중급 레슨비 (3개월) : 33만원
연습실 이용료 (1개월) : 3.5만원

이렇게 총 39.5만원을 카드로 긁어버려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다음달에 연구원 추천으로 100만원 상당의 회사 복지포인트가 발급될 예정이므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이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시간씩 맹연습이다!

회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다 관둔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 집중회의가 끝이 나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기 위해 회사와 같은 건물 3층에 위치한 야마하 음악교실을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다니던 동네 학원과 너무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깔끔한 인테리어가 밝고 화사한 느낌을 주었고, 홀에 위치한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가 아름대운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상담을 받던 중 중급 레슨을 받으려면 3달치 레슨비 33만원 + 입회비 3만원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한번 경악했고, 레슨은 3달동안 11번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경악했다.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주춤했으나 개인 레슨방에 놓여진 그랜드 피아노를 보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1주일에 한번이지만 젊은 선생님(아가씨?)이 30분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쳐주기 때문에 충분 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연습 시간이겠지. 레슨 앞 뒤로 1시간씩 연습도 가능하다고 하니 시간 잘 맞추면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내일 1시에 찾아가서 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한달에 한번씩 조율하고 매일 아침 관리 한다는 야마하 피아노를 내일은 쳐볼 수 있겠구나! 한달에 3만 5천원을 내면 하루에 한시간씩 원하는 시간에 가서 연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택에 있는 디지털 피아노를 괜히 산 것 같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디지털 피아노와 진짜 피아노의 차이는 견디기 쉽지 않다. (팔아서 학원비에 보탤까? ㅡ.ㅡ;) 회사에서 일하다가 스트레스 쌓이면 내려가서 한시간씩 치고 오면 참 좋을 것 같다.

금전적인 문제로 혹은 의지부족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피아노 배우기를 드디어 오늘 시작했다. 어제는 용호형과 함께 창범이가 소개해준 피아노 학원에 알아보러 다녀왔고 본격적인 레슨은 오늘부터 시작!

선생님이 무엇을 연주하고 싶냐고 물으시길래 이루마나 이사오 사사키등이 작곡한 뉴에이지곡들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그래서 클래식이 아닌 재즈피아노, 반주과정으로 배우게 되었다. 연구소와 같은 건물의 피아노 학원은 일주일에 2번 레슨에 연습할 때도 돈을 받는 반면에 내가 다니고 있는 곳은 매일 오면 매일 연습할 수 있고 레슨도 해주신다고 하셔서 저녁시간에 걷기 운동을 겸하여 다녀올 생각이다.

어렸을 때 체르니 100번까지 때고 30번을 조금 하다 말았지만 요즘에 악보를 보면 너무 어려워 보여서 손도 댈 수 없는 지경이라 두려움이 앞섰다. 특히나 머리는 하나인데 두 손으로 연주한다는게 참으로 신기하다는 엉뚱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실제로 연주해보니 걱정도 팔자가 아니였다. 

성인이 된 후 나의 첫 연습곡은 "조개껍질 묶어". 왼손 반주가 4, 5개 패턴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왼손이 움직이면 오른손이 따라가고, 오른손이 움직이면 왼손이 따라가는 삽질이 반복되었다. 왼쪽을 신경쓰다보면 오른쪽이 틀리고, 오른쪽을 신경쓰다보면 왼쪽이 틀렸다. 그래도 연습이 계속될수록 왼손의 패턴이 익숙해지면서 실수는 점점 줄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어렸을 때 배운 것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익숙해졌다. 애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이라서 내가 어설프게 연습하고 있는데 꼬마애들이 지나가면 식은 땀이 삐질삐질나면서 되던 것도 잘 안되니 난감하기도 하였으나 그도 몇번 반복되니 면역이 되어 나중에는 뻔뻔해 질 수 있었다.

오늘은 아주 위태위태하게 "조개껍질 묶어"를 끝까지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연습하고 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 회사로 돌아왔다.  별 것 아닌 동요(?)인데도, 아주 어설픈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연주하면서 들으니 즐거움이 더하였다. 언젠가 이루마의 Chaconne를 감미롭게 연주할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배우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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