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찌어찌 하여 동생의 이삿짐이 가득찬 16만km를 달린 노련한(?) 프린스를 몰고 집에 내려왔다. 전전날 회사 80년대생 모임에서 달렸던 피로가 아직도 가시질 않았는지 꽤나 피곤한 상태였는데, 동생에게 넘겨받은 차를 딱 타보니 사방의 시야가 막혀 있어 몇달만에 운전대를 잡는 나를 당황캐했다.
예상했던대로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는 최악이였다. 거리로 치면 3분의 1도 안되는 구간인데 절반이상의 시간을 소요했다. 노래를 부르고, 소리도 지르며 잠을 쫒아내기를 수차례. 조수석을 꽉 채운 짐 나부랭이는 시야만 가렸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생 끝에 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드디어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그 동안의 시간지체를 만회하기 위해 140km를 넘나들며 달렸으나 이삿짐으로 가득찬 차체가 이래저래 신경쓰였다. 미친사람처럼 노래 부르는 것도 지쳐 라디오를 틀었다. 그러다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라디오도 잘 안나오길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중 연락이 닿은 동생이 있어 장장 한시간 반동안 통화하면서 오느라 지루한 줄 모르고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김천~현풍 구간이 얼마전에 개통한 덕분에 경부고속도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구마고속도로로 갈아 타서 달리던 중,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차가 오래 되서 운전석 천장에 달려 있는 햇빛 가리개(?)가 아래로 자꾸 내려와서 이걸 고정하려고 계속 한눈 팔다가 커브를 감지 하지 못하고 중앙분리대에 거의 부딛힐 뻔 했다. 그때 시속 100km/h 이상으로 달리고 있던 차의 방향을 무의식적으로 확 꺾어버렸더니 차는 그때부터 out of control 상태에 돌입했다. 우로 꺾고 좌로 걲고 다시 우로 좌로 꺾으면서 브레이크를 점차적으로 밟아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그 사이 몇 초 동안 나는 정말 차가 뒤집히는 줄 알았다. 그 과정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1, 2차선을 마구 넘나들었다. 그런데 천만 다행힌 것은 그 순간 앞 뒤 100m안으로 차가 없었다! 뒤를 바라보니 뒤에 있는 차가 상황이 위험해 보였는지 비상등을 켜고 있었고, 중심을 잡고 나서 나도 비상등을 켰다 끔으로써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위험을 벗어난 직후, 교회도 성당도 다니지 않는 내가 뻔뻔스럽게 내뱉은 한마디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의 부주의로 내가 다치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죄를 지을 뻔 했다. 자만심을 버리고 항상 주의해서 운전해야 하겠다!
십년감수
2007. 12. 22.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