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


2박 3일 일정으로 설악산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의 계획은 마지막 날은 동해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는 것이였지만
날씨가 좋지 않은데다가 산행으로 인해 너무 피로해서 다소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6시30분쯤 출발하여 4시간을 동생과 교대로 운전했다.
가는 중간에 동해바다의 어떤 휴게소를 들러 바다 내음도 잠깐 맡아보고...

첫째날의 목표는 흔들바위 + 울산바위를 정복하는 것!
운전의 피로가 가시지도 않은 상태로 바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흔들바위까지는 무난히 갈 수 있었으나 울산바위까지 오르는 코스는 깎아지는 듯한 바위에 설치되어 있는
빨간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는 것이였다. 상당히 힘들었고 높고 위험해서 아찔하기까지 했다.
결국 내려올 때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달래며 내려왔다.

다음날은 오색지구에서 대청봉을 등반하기로 하고 오색지구로 차를 몰았다.
오색지구에 도착해서 운이 좋게 3만원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 곳의 아저씨가 지도에 표시해가시며 산행길을 안내주셨다.

우리의 계획은 오색지구-대청봉-오색지구 (약8시간소요) 이였고
아저씨가 안내해준 코스와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산행을 위한 철저한 전략이 담겨있는...

코스 : 오색지구-설악폭포-제2쉼터-대청봉-중청대피소-소청봉-양폭-천불동계곡-비선대-소공원 --> 버스타고 오색지구로...
총 산행 시간 : 10시간
준비물 : 개인당 도시락 2개, 초콜릿, 오이, 간식거리, 물, 장갑, 지팡이

아저씨의 설명을 잘 들은 후 고생스럽겠지만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밤에는 숙소에서 맥주한잔씩 하고 잠들었다. 첫째날은 그렇게 보내고...

드디어 둘째날... 5시 15분에 기상하여 식당에서 도시락을 사다가 6시 10분에 출발!
아저씨가 말씀해주신대로 공복상태로 설악폭포까지 산행... 몸이 덜풀려서 그런지 상당히 힘들었다.
겨우겨우 설악폭포에 가서 꿀맛같은 주먹밥을 먹고 밥힘이 나는지 그 후로 대청봉까지는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오히려 첫째날의 울산바위가 더 힘들었음 @.@)

대청봉에 올랐는데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태어나서 겪어 본 바람중에 최고였다.
몸을 가누기 힘들었고, 바람이 너무 세서 숨쉬는 것 조차 힘들정도!!! 엄청 춥기도 했고...

대청봉에 올라보니 산을 넘어 흘러가는 구름들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와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어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대청봉을 정복한 즐거움은 잠시... 아직 가야할 길이 6시간 가량 남아 있었으니... T.T
중청대피소를 지나 소청봉까지 정복하고 양폭까지 무지 험한길을 한참을 내려갔다.
슬슬 무릎도 아파오고 힘들기 시작하였으나 정작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지루함...

하지만 천불동 계곡 코스 부터 절경이 펼쳐져서 가는 길이 심심치 않았다.
굳이 해외로 여행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도 멋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비선대까지 참고 또 참으며 걷고 또 걸었다. 비선대 부터는 동내 산자락 같은 거의 평지코스...
울산바위를 오르기 위해 찾았던 소공원을 다시 만나게 되고... 산을 넘어 반대쪽 땅에 왔음에 감격...
어찌어찌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오색지구로 돌아왔다.  다리는 만신창이였지만 목표한 바를 이루었음에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예상보다 길어진 11시간의 산행 성공!
평소에 달리기로 체력을 다지지 않았더라면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듯 한데 체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돌아왔다. 밤에는 TV보면서 좀비 놀아하다 잠들었고
다음날 일어나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에 비올때는 비 피해서 동해쪽에 가 있다가 서올로 돌아오니 비가 안온다 ㅎㅎ
물론 돌아오는 길 거대한 비구름을 통과하느라 상당히 열악한 상황에서 운전해야했지만 ^^;;

원준군과 대청봉에서 내려오면서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건우 : 이정도 힘든 산행길을 참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자라면 정말 괜찮을 것 같다 ...
원준 : 그런 여자는 독해서 싫어 ...

산을 내려오는 지루한 6시간동안 한동안은 산을 찾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대청봉에서 보았던 풍경과 느꼈던 기분을 아직도 생각하면 설레여서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다시 찾을 날이 오겠지... 누군가와 함께...

첫번째 사진에서 뒤로보이는 언덕이 바로 대청봉! 대청봉에서 중청으로 내려오는 길...
두번째 사진은 해맞이 공원에서... 11시간 산행으로 날씬해진 몸매가 감상 포인트...
(더 많은 사진을 보시려면 미니홈피를 방문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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