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지금은 막 토익 시험을 시작해야할 10시 ...
결론적으로 난 연구실에 앉아 있다 ...

어제밤 토익에 대비하여 이쁘게 수험표를 뽑아놓고 고이 접어 가방에 넣고, 새 연필을 깎아 가지런히 가방에 넣어 두고 퇴근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어제 준비해둔 가방을 들고 지연누나와 진성이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내가 시험을 봐야할 것만 같은 어은중으로 향했다.

어은중에 도착해서 명단을 살펴보았지만, 내 이름은 없었다. 충격이였다. 수험표를 확인한 순간, 어은중이 아닌 "등명중"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모든 상황이 나의 착각으로 이루어진 것이였다. "어 . 은 . 중 . 학 . 교"는 3월 시험이였는데 ...

나는 젭싸게 시험을 봐야할 것만 같은 어은중을 빠져나와 호출택시에 전화를 걸었으나 1시까지 호출을 받지 않는단다. 큰 길쪽으로 나오자 택시가 여러대 서있었다. 저 택시를 타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은 "등 . 명 . 중 . 학 . 교" 를 알지 못했다.정확히 6대의 택시기사에게 물어보고 난 후 시간은 9시 35분, 나는 마음속으로 "gg"를 때렸다.

처참한 심정으로 학교로 돌아오며 쓴웃음만 흘렸다. 아무런 준비없이 시험을 보면서 느꼈을 고통을 당장 모면했다는 안도의 한숨이 흐르기도 했으나 실전이 최고의 연습이기에 아쉬움은 컸고, 잠깐 자학모드에 빠지기도 했다.

지연누나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나 2월 말에 토익봐요"

"어? 나도 어은중학교에서 보는데"

"어? 나도 거기서 보는데 같이 가요!"


그 당시 3월 토익을 어은중학교에 신청한 직후였고, 대화 이후 나는 아무런 근거없이 2월도 어은중학교라고 믿어버렸다. 굳게 믿어버렸다.




그리고 ...

연구실에 돌아와 냉정을 찾은 직 후 ...
난 등명중학교가 서울 우리집 근처였다는 사실을 ...

이산가족의 비극이다!


오늘 시험은 전혀 준비를 안해서, 그 목표가 현실을 파악하고 강력한 동기부여를 얻는 것이였는데 ...
씁쓸하지만 그 목표는 달성 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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