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처음 와서 기숙사에 막 들어왔을 3월에 구입했던 책인데, 이제서야 다 읽었다 ^^;; 솔직히 중반정도까지 읽으면서 "이게 무슨 문학작품인가?" 하는 의문을 계속 지녔는데 ... 아직도 그 의미가 명쾌하진 않지만 ...
대충 요약하자면,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한 소년이 집에 돌아가기까지 방황했던 몇 일을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느낀 것은 가식적인 사회와 그 것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년의 거부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것이 적나라한 문체로 나타나고 있다.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읽다보면 대체 왜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인가에 대해서도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후반부에 가면 그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그 어떤 거짓도 가식도 필요없는 직업이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멀리 도망가서 주유소에서 벙어리로 지내면서 살고 싶다는 소년의 바램도 이와 일맥상통하게 보인다.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안목이 생기면 더 많이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겠지!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