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을 열어보다가 전주 마라톤 2006년 대회에 대한 차량 지원 일정이 담겨 있는 이메일을 받았다. 대전에서 한시간 밖에 걸리지 않고, 엑스포 앞에서 출발하는 차량 지원이 있어, 전주 마라톤의 URL을 찾아보려다가 2006년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 일정을 보았다. 대략 150개 대회가 열린다.

2006년 나의 계획은 이렇다. 최종적인 목표는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이다. 그 전에 4개 정도 대회에서 10km를 뛰어 내공을 쌓는다. 카이스트 총장배 마라톤을 포함하여 총 5개 대회에서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년에는 살을 빼는 과도기에 있었고, 올해는 적정체중으로 균형잡힌 상태에서 뛸 수 있으므로 더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더군다나 작년에 뛰었던 두 대회는 전날 술을 마시거나 혹은 몸살감기에 걸려 최악의 컨디션으로 뛰었으니, 올해는 컨디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다.

솔직히 대회에서 뛸때는 고통스럽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싶고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받는다. 그러나 피니쉬라인에 들어오면 얼마전의 고통은 다 잊고 다음대회를 생각한다 ...

그 때의 기분을 되살리며 하나의 대회를 골라서 신청하려했다. 일단 신청해버리면 대회 당일의 고통을 염려하여 철저히 준비를 아니할 수 없다. 3월 부터 훈련을 다시 시작하여 4월 2일에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려고 신청서를 작성하던 중, 그 때쯤이면 창원으로 이사가고 서울에 집이 없을지도 모른생각에 도달하자 OTL

집의 이사여부가 빨리 결정되었으면 좋겠다 ...


역시 제대로 된 대회에 참가한 보람이랄까 ...
내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딱 2장 찍혔다. 비슷한 장소에서 ...
8km 정도 지났을 때라 그런지 지쳐보인다 ...
오늘 있었던, 제3회 스포츠서울 마라톤 대회는 나에게 있어 카이스트 총장배에 이어 두번째 참가하는 대회였다. 옛날에 여자친구 집에 차를 몰고 가면서 이 대회때문에 교통이 통제되어 짜증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내가 마라톤을 하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비록 아직은 10km 단축코스지만 ...

정보과학회였던 금요일 부터 소화불량과 감기 몸살에 시달리다가 대회 전날이던 어제 최악의 몸상태를 보여 잘 뛸 수 있을까 심히 의심스러웠으나 낮잠을 충분히 자고 일찍 잠든 덕분에 그다지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아침은 굶은체로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상암동으로 향했다.

생각했던 곳보다 먼 곳이 대회장이라서 9시에 겨우 맞춰 도착해서 어제 구입한 짧은 바지로 갈아입고, 물품을 맞기고 출발선으로 갔는데 ... 10km 코스는 언제 출발인지도 알 수 없어서 당황하고 있다가 옆사람한테 물어보니 지금 출발이라는 ㅡㅡa

결국 목이 마르고, 화장실이 가고 싶은 상태로 준비운동 전혀 없이 출발 T.T
5, 10km 코스 남녀를 합친 인원이 동시에 출발하니 그 인원이 수천명이 넘었다. 홈페이지에 그려진 것과 다른 코스에 당황하며 뛰고 있는데, 반대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선두그룹을 보았다. 이미 반환점을 돌아 뛰고 있는 사람만 해도 수백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들 중에 머리에 해바라기를 달고 있는 미친소 복장의 사람을 보았다. (그는 이 글의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다)

나보다 한참 먼저 반환점을 돌아 힘차게 뛰는 그들을 보며 조바심을 억누르기 힘들었지만, 뛰다가 이미 화장실도 한번 들려서 2,3분 버렸겠다 컨디션도 난조에 뒤쪽에서 출발해 사람이 밀려 걷다 싶이 하고 있었으니 기록단축은 포기하고 완주나 하자고 마음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2.5km 지점에서 기록은 18분 30초... 카이스트 총장배에서 11분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형편없는 기록이였다. 그쯤 부터 사람이 다소 분산되면서 질주를 시작했다. 결승지점에 들어오기까지 내가 앞지른 사람이 수백명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8km 지점에서 나는 미친소를 보았다. 그리고 그를 따돌렸다. 그 때 즈음하여 힘이 들었다. 역시나 그만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2.195km를 뛰는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2km를 천천히 뛰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출발에 많이 밀렸지만 지난 대회보다 처지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달렸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평소보다 저조한 52분 25초, 1782명중에 555등 이였다.

결승선을 통과 하였지만 나는 혼자였다. 환호하고 반겨주는 그들사이에서 나는 혼자였다. 하지만 나는 행복했다. 완주메달과 간식을 받았다. 옷을 갈아 입고 빵을 뜯어먹을 때 즈음하여 "미친소가 도착하였습니다" 라는 사회자의 멘트를 뒤로 한체 대회장을 쓸쓸히 빠져나왔다.

좋은 경험이였다. 올해의 마라톤 대회는 이것으로 정리하고 내년을 기다리련다.

이번대회를 평가하자면, 홈페이지에 안내된 것과 다른 코스에 페이스 조절이 힘들었고 참가 인원에 비해 코스가 좁아서 빠르게 뛸 수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반면에 귀여운(?) 여고생 봉사자들을 코스 곳곳에 배치하여 응원하게 한 점은 높이 살만 하다.
프라하의 연인의 대사 중에서 ...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때론 외롭다
평생 한번도 못해보고 죽을 수 있다
용기가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다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한눈팔면 망한다

상처 입을 수 있다 ...

weather is good?


비록 풀코스도 아니요 하프코스도 아닌 10km 단축 마라톤이였지만, 나에게는 의미있는 첫 마라톤이였다.

어제밤 술을 마신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서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아서 제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쌓였다. 피곤할 때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 ...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ㅡㅡ;;

준비운동을 거쳐 드디어 출발 ... 생각보다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사람이 많아 복잡해서 초반에 치고나가려고 하다보니 생각보다 2.5km 지점을 빠르게 통과하였지만 금방 치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연습할 때 보다 훨씬 힘들었다. 3~4km 구간 오르막길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나, 이번 대회는 나에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계속 달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힘들었던 것이 별거 아니였던 것 같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고통스러웠고 계속 참고 뛰었던 것 같다. 끝까지 뛸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스스로 의문을 가진체 ...

평소 연습할 때는 4km 이상 부터 숨이 안찼는데 실전에서는 계속 숨이 찬 상태로 뛰었고 중간중간 시계를 확인하는데 연습에서 가장 잘 뛰었을 때 보다 빠르게 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힘이나서 힘차게 달렸고 완주에 성공했다! 기록은 47분 51초 ...

배번호와 완주메달


처음에는 완주가 목표였고, 1시간 안에 완주하는 걸로 수정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50분 안에 완주에 성공해서 만족스러웠으나 ... 고통스럽게 뛰어서 그런지 개운한 느낌은 없었다 ...

완벽히 몸을 만들고 철저히 훈련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10등안에 들겠다!!!
(이번에는 남자 10km 학생부 25/25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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