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지막(?) 졸업식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 일찍 영등포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대전역을 향했다. 졸업식은 2시 부터였지만 교수님을 뵙기 위해 약소한 선물을 들고 일찍 출발했다. 아뿔사! 185번을 타고 동측 쪽문에서 내렸는데 학생증이 없어 정문까지 걸어야했다. 아침 일찍인데도 벌써 부터 정문앞에 꽃을 파는 상인들이 나와 졸업하는 나에게 꽃을 사라고 했다.
연구실에 들러 교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다. 점심에는 연구실 사람들과 피자를 먹은 후 교수님 방에 들러 인사드렸다. 행진(?)을 하기 위해 학부체육관에 모여 줄을 섰다. 2시가 가까워 오자 학부체육관에서부터 졸업식이 열리는 노천극장까지의 무질서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졸업식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린 모두 탄성을 질렀다. 공부하다가 스스로의 한계에 좌절하거나 혹은 청춘사업으로 인해 골머리가 아플때 가끔 찾아가서 별보고 음악들으며 기분전환하던 그 음산한(?) 노천극장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졸업생들이 앉을 자리에는 담요와 핫팩이 있었다! 학부모석에는 우산모양의 난로까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부터 축사, 치사, 식사 등의 뭐가 뭔지 구분도 안되는 순서가 지나면서 내 발은 얼어서 동상에 걸릴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으나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다들 학교측의 철저한 준비에 만족 내지는 감동하고 있는 듯 했다. 한 사람씩 단상위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졸업장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2개의 큐를 마련하여 각각 대략 2초에 한명씩 뽑아내니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다. 추억에 남을 만한 졸업식을 만들어 주겠다던 학교측의 약속은 충실히 이행된 듯!
졸업식이 끝나고 부모님을 만나 사진을 찍고, 전산과로 돌아와 연구실 사람들, 동기, 후배들과 사진을 찍었다. 어머니께 졸업가운을 입혀드리고 사진을 찍을 때가 가장 뿌듯했던 것 같다. 졸업가운을 반납하고 졸업증명서를 띠어 졸업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안심한 후 학교를 떠나 유성에서 저녁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일하게 될 회사 연구실과 내가 거주하게 될 사택에 들러 짐을 두고 돌아왔다. 정겨운 사람들이 함께 했던 연구실을 떠나 마음 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은) 없는 낯선 장소를 만나서야 비로소 나의 대학원 생활이 온전히 끝이 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침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겨우 내 인생의 1막이 끝이 났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