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에 잔디구장이 생겼다! 지난 여름방학중 시작된 동측 원운동장 공사는 한동안 우리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설마 잔디를 깔기야 하겠어?  그냥 우레탄 트렉을 만드는거겠지.'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부터 운동장이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밤마다 커다란 조명탑에서 불 빛이 쏟아졌다. 카포전 직전(?)에 완성된 잔디구장은 매일 밤 12시까지 밝은 조명이 쏟아지고 있다.

졸업하기 전에 꼭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어서 룸메이트인 순일군의 연구실과의 경기를 추진하여 어제밤 게임이 이루어졌다.  각 팀당 몇명의 용병(DB랩, TC랩)을 포함한 PL랩 vs NC랩의 경기였다. 밤 9시에 운동장에 가보니 이미 십수명의 사람들이 경기를 하고 있었기에 1시간 넘게 기다려야했다. 그 동안 골대 뒷 쪽 공터(?)에서 미니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사실 이 미니 게임이 더 힘들었다.

시간이 흘러 NC랩도 모두 도착하고 10시 20분쯤에서야 비로소 게임이 시작되었다. 우리랩 사람들은 이미 미니 게임으로 지쳐있었고 NC랩은 전력이 고르고 탄탄하다고 생각했기에 우리가 이길꺼라는 예상은 할 수가 없었다. 쉽게 가능한 예상대로 전반전은 우리가 내내 밀렸다. 난 오른쪽 공격수였는데 공이 수비지역에서만 머물었기에 공을 몇 번 못잡았다. 워낙 수세에 몰리다 보니 공격할 기회가 와도 공격지역에 사람이 없어서 결정적으로 드리블을 못하는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한번의 힘없는 유효슈팅을 날린 것에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우리의 수비는 건철형을 필두로 상대방의 파상공세를 훌륭하게 막아주었기에 전반전은 득점없이 비길 수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어 용병인 DB랩의 경모형과 우리랩의 재호형이 공격으로 치고 올라 오면서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 상대편의 최종수비수가 재호형을 제끼려고 하는 것을 본 순간 생각하기를 만약에 수비수의 약간 오른쪽에 있는 재호형을 제끼기 위해 수비수가 왼쪽으로 치고 나올 때 공이 길다면 분명 나에게 찬스가 올 것 같았다.  내 예상은 적중했고 공이 나에게로 굴러와 본능적으로 슛을 날렸는데 거짓말 처럼 골키퍼의 키를 넘기고 들어가버렸다. 나의 어설픈 볼 처리 능력에 방심하던 상대편은 아마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나에게 킬러본능이???

그 순간부터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상대의 코너킥 이후 혼전상황에서 날라온 골이나 다름없는 슛팅을 골키퍼 창범이가 펀칭으로 걷어냈는데 이는 한골을 넣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계속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경모형의 추가골로 2:0으로 깔끔하게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잔디구장에서의 야간게임은 정말 즐거웠다. 졸업이 얼마남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로. 다음주에는 리턴매치?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산과 축구리그가 우리의 경기로 시작되었다.

PL-DB-SE vs Under

학부생이 몇 명 안와서 몰수승 하나 싶더니 결국 턱걸이로 8명이 모였고 경기는 시작되었다. 역시 젊은(?) 학부생이라 그런지 잘 뛴다. 사람수가 3명이나 많았지만 전반전은 득점 없이 비겼다.

중,고등학교 시절 부터 소심한 성격과 남에게 도움이 못될 망정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신념(?) 덕분에 축구를 하면 드리블을 못했다. 내가 공을 잡아 드리블을 하면 금방 빼앗길 것 만 같았다.

그리고 축구를 안한지 n년이 지나 실수가 잦을 것 같아, 포지션을 정할 때 미드필더를 지원했다. 공격할 실력은 안되고 수비수 했다가 실수하면 치명적일 것 같았다.

그러나 ...

결론은 개막골을 포함해 두 골을 넣었다. 2-0으로 이겼다 ...

역시 드리블을 못하는 나는 한번은 노터치, 또 한번은 원터치로 슛을 때렷다. 첫째 골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게 로빙 슛으로 들어갔고, 두번째 골은 거의 경모형이 다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골이였다.

다음 경기는 SEP의 불참으로 열리지 않았고, 남은 사람 모아서 풀 코트로 한 게임뛰었다. 내내 삽질하다가 골든골로 끝내기로 했는데 또 공이 나한테 와서 한골 넣었다 ㅡ.ㅡ;;

나에게 킬러본능이 ???

이제 수비해도 원이 없을 것 같다 ... ^^
카이스트에 와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전산과 축구리그" !!!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뚱뚱한 체로 보낸 관계로,
축구를 잘 못했지만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체육시간, 점심시간, 저녁시간 모두 축구를 즐겼다.

"니가 무슨 체육고등학교 학생인 줄 아냐!" 라고 욕을 먹었던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점심,저녁,체육시간엔 축구를
아침 보충수업 전, 담임선생님 조회시간(?), 쉬는시간, 야자시간(?)엔 탁구를
특별활동 시간엔 배드민턴을
주말엔 볼링을 ...

즐겨했으니 학생주임이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할만하다.

아무튼 2006년도의 새학기가 밝아오고, 전산과 축구리그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달리기로 다져진 체력과 주력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제대로 뛰어볼 작정으로 축구화도 구매하려 한다.



아직 고민중이지만 일단 단아한 디자인의 "미즈노 엠비션 MD" 가 강력한 후보!!!

고등학교 이 후로 축구를 해볼 수가 없었는데,
작년엔 몇 경기 못 뛰었지만 매우 즐거웠다.
전산과 체육대회 축구에서는 골도 넣어서 기분이 좋았구!

기다려지는 전산과 축구리그~ 으흐흐!
전산과 축구 리그가 한창이다. 우리랩과 NLP가 합쳐서 한팀인데,
PL랩 신입생이 들어오기 전에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항상 8,9명이 뛰어 3전 3패였다.

나는 4번째 경기 부터 처음 참가했는데, 사람이 충분해서 후보까지 운용할 수 있을 정도였고
상대팀이였던 DB-TC는 사람이 부족해서 9명으로 뛰었다 ㅎㅎ

결과는 3:0 대승~ 이제 1승 3패이며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본선진출이 가능하다.
오랜만에 축구를 했더니 너무 재밌었고 다음주 수요일이 기대된다!

http://camars.kaist.ac.kr/~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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