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배우기 시작했던 쇼팽 녹턴 2번을 지난 수요일 사내 동호회 모임에서 연주하였습니다. 나름 친해진 분들 앞에서 하는 연주라 많이 떨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정식으로 들려주기 위해 곡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언제나 힘겨운 것 같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현재의 실력으로 이 곡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에 대하여 완성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이 곡의 경우 지금까지 쳐왔던 뉴에이지곡과 달리,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빚어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더군요. 

게다가 테크닉 측면에서도 많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체르니 30번의 12번을 배우고 있는 수준으로 이 곡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무리였으니까요. 이 곡은 강약의 대비가 생명인데, 특히 pp를 표현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처음에는 끝까지 연주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느꼈던 곡을 부족하지만 나름의 감정을 담아 연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연습해서 레슨을 마치면 블로그에 동영상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부터 새롭게 배울 곡이 무엇이 될지 궁금하네요. 선생님께서 어려운 곡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는데...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곡을 하나씩 이겨나가며 성장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언젠가 다시 쇼팽 녹턴 2번을 다시 연주했을 때, 확신을 가지고 제가 원하는 연주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피아노 학원을 옮긴지 2달이 다 되어갑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야마하 음악교실을 다닐때보다 훨씬 성장한 기분입니다. 레슨 받는 시간은 전보다 4~5배 늘었구요, 혼자 연습하는 시간도 2배는 늘은 것 같습니다. 역시나 공부나 일이나 음악이나... 정직한 노력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평일은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을 피아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을 못 읽고 있지만...) 점심먹고 바로 사택에 가서 1시간 연습하고, 저녁먹고 학원에 가서 1시간+ 연습하거나 레슨을 받습니다. (새로산 삼익피아노의 건반이 무거워서 낮에 삼익피아노로 연습하고 밤에 학원에서 영창피아노로 레슨을 받으면 건반이 가벼워서 좋습니다.)

회사 저녁밥을 못 먹거나 팀회식에 빠지거나 혹은 늦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학원은 빠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데, 그러한 열정과 정성이 계속되려면 저 역시 성실히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쇼팽... 그의 야상곡 2번...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끝까지 진도가 나갔고, 잘 안되는 부분을 다듬는 중입니다. 6월에 있을 회사 동호회 연주회에서 이 곡을 연주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쇼팽 야상곡 2번은 강약의 대비가 생명이라고 흔히들 이야기 합니다. 어떤 부분은 강하고 격렬하게, 어떤 부분은 고요하고 감미롭게 연주해야 하는데, 그 세밀한 차이는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낭만음악이기 때문에 루바토(연주자의 의도에 따라 곡의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를 표현하는 것도 연주자마다 다를 것 입니다. 임동혁의 야상곡, 윤디리의 야상곡,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야상곡이 다 다릅니다. 아직은 선생님께 배우는 중이라 선생님의 야상곡을 흉내내고 있긴 하지만... 혼자 연습할때는 저만의 감성으로 연주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도 재미없던 피아노가 어른이 되어서야 이렇게 재밌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만의 감성으로 나만의 피아노를 치는 것이 주는 행복감... 좀 더 멋지고 아름다운 곡을 나만의 피아노로 연주하기 위해서 테크닉을 배워야 하는데, 어렸을때는 아무런 생각도 느낌도 없이 테크닉을 배우는 것에 치중했으니... 당연히 재미가 없었겠죠.

쇼팽 발라드 1번을 향해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윤디리가 연주하는 쇼팽 Nocturne Op. 9 No. 2 입니다. 들어보시면 아마도 귀에 익은 곡일꺼에요. 이번주 사내 피아노 동호회 활동에서 회원분이 이 곡을 정말 감미롭게 연주해 주셔서 너무 부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부터 이 곡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야마하 음악교실 다닐때 슈베르트 즉흥곡 2번을 연습하고 있었는데요, 학원을 옮기고 나서 짤렸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지금 저의 수준으로 칠 수 있는 곡은 분명 아니였거든요. 당분간은 하농, 체르니30, 소나티네 세가지로 진행해 나가다가 적응이 된 후에 한가지 더 추가하자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에 가서 1시간 넘게 연습한 보람이 있었는지, 선생님이 열정을 높이 사주셔서 어려운 것도 괜찮으니 해보고 싶은 곡 여러개 가져와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루마 악보집과 슈베르트 즉흥곡 2번과, 쇼팽 즉흥곡 1번, 쇼팽 야상곡 2번 악보를 가져갔습니다.

가능하다면 클래식으로 하고 싶다고 했더니, 슈베르트 즉흥곡 2번과 쇼팽 야상곡 2번 중에 하나를 결정하라고 하셔서 과감히 쇼팽 야상곡 2번을 선택했습니다! 악보 읽기도 힘들었지만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도와주셔서 오늘 5마디를 배웠습니다. 다음주 레슨까지 그 5마디라도 그럴 듯 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엄청난 반복을 해야겠네요.

그렇게 동경하던 쇼팽의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의 난관을 견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몇 달뒤의 저의 연주를 기대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연습해야겠습니다! 크크.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연을 어제 밤에 단신으로 다녀왔다. 새롭게 시작한 일때문에 매일 오전 회의가 이어지는 바쁜 요즘이지만, 밤을 새는 한이 있어도 공연은 꼭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공연 후 회사로 돌아와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세번째로 찾아가는 예술의 전당은 낯설지 않았다. 공연이 곧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수 많은 인파가 음악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홀로 길을 재촉하여 음악당에 도착한 후, 클럽발코니 코너에서 예매한 표와 프로그램 북을 받았다. 20분 전에 도착해서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었지만, 프로그램 북을 찬찬히 읽어볼 요량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내 주변에 앉은 분들 역시 나 처럼 혼자 오신 분들이라 혼자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같이 간 사람이 지루해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

로시니
오페라 '도둑까치' 서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Op.18

-인터미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Op. 30

공연은 KBS교향악단의 '도둑까지'서곡으로 시작되었다. KBS교향악단에게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서혜경 선생님(?)의 라흐마니노프를 빨리 듣고 싶은 마음에 '도둑까치'서곡이 빨리 끝나길 바랬다. 바램대로 '도둑까치'서곡이 끝난 후, 드디어 서혜경 선생님이 무대로 걸어나오셨고, 환호와 갈채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라흐 피협 2번의 피아노 솔로 시작부분이 꿈처럼 들려왔다. '건반 위의 활화산'이라는 별명 답게 그녀의 연주는 힘이 있었고, 그 순간 나의 시야는 흐려졌다. 불굴의 의지로 암이라는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당당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그녀의 삶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여서 그랬는지, 음악이 주는 감동의 크기가 내가 받아들이기 벅차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하게 연주하는 부분, 빠르게 연주하는 부분에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 열정적이였다.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역시나 익숙한 2번은 큰 감동을 주었다. 인터미션에서 잠깐 만난 상운이와 나는 1악장에서 피아노 소리가 너무 작아서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인터미션이 지나고 드디어 3번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45분을 연주하는 3번의 경우 많이 들어보지 않아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잠결에 들었던 부분들이 가슴에 남아 있었는지 충분히 선율을 느낄 수 있을만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역시나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건반 위를 수놓는 손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방사선 치료를 마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3번의 3악장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최고의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그녀가 연주한 음악 자체의 훌륭함에 더하여, 자기를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최선의 연주를 마친 그녀의 모습이 숭고했기 때문이였으리라.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는 그 끝을 알 수 없도록 계속되었다. 몇 번의 고사 끝에 그녀는 마이크를 손에 들고 나왔고,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것 처럼 박수를 멈추고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녀는 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을 다시 쓸 수 있도록 극진히 치료해준 노동영 교수님에게 쇼팽의 야상곡을 바친다며 앵콜곡의 연주를 시작했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피아노 주변에 얇은 붉은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감미로운 선율.

야상곡을 연주하는 그녀의 손이 건반을 완전히 떠났을 때, 관객들은 어김없이 환호화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마이크를 손에 들고 말했다.

"암이 다시 재발하지 않고, 여러분들에게 좋은 음악 들려드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선율에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연주하는 모습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웠던지, 그 순간을 지금 다시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트로이메라가 끝난 후 다시 마이크를 잡은 그녀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고 관객들은 그제서야 따뜻한 마음으로 그녀를 놓아 주었다.

오늘 아침 미팅 준비를 위해 11시 조금 넘어 회사로 돌아와 심야야근을 해야 했지만, 나는 행복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과 아름다운 사람들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는 내 삶에 그러한 행운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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