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 6점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민음사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서 주인공은 '위대한 개츠비'를 최고의 작품이라 칭하며 즐겨 읽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도 이 소설은 현대의 고전이라 불릴만큼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문학적 감식력이 형편없는 저에게는 개츠비와 데이지의 만남을 그린 장면을 제외하고는 영 지루하고 따분함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인물, 배경을 묘사하는 기막힌 은유적 표현에 감탄하긴 했지만, 스토리만 놓고 보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장면의 분위기나 느낌을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데, 늘 스토리 위주로 작품을 읽는 습관이 베어있어 문학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것 같네요. 좀 더 무난한 작품부터 천천히 내공을 쌓아야겠습니다.
이방인 - 8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2010년 들어 첫번째로 도전한 문학작품은 알베르 카뮈의 처녀작 '이방인'입니다. 여자친구가 읽고 있길래, 호기심에 이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다 읽고 난 후의 든 생각은... 아 리뷰를 어떻게 쓰지... 그 만큼 문학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에 저는 너무나 현실적인 공돌이일까요... 그래도 조금 고무적인 것은 인물, 사물, 풍경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그 묘사가 풍겨내는 분위기에 취해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의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작품입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발적인 사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주인공 뫼르소가 사형을 선고받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집니다. 그냥 쓸쓸했습니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방인'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상식을 이야기해도 '이방인' 취급을 당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약간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검찰에 소환된 해철이 형은 이 사회의 '이방인'일까요? 나와 다른 남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회적 관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불제 민주주의 - 10점
유시민 지음/돌베개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을 중심에 놓고, 여러가지 사회, 정치 현상에 대한 그 나름의 해석과 논평을 담고 있습니다. 대략 어떤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는지 소개하기 위해, 소제목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 자유, 주권, 유신헌법, 진보와 보수, 파시즘, 국가, 복지, 국가 정체성, 법치주의, 지역주의, 민주당, ...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른바 '행복추구권'은 대한민국에서 잘 동작하고 있을까요? 저자는 행복추구권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가 대한민국에서 잘 발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주고 있습니다. 사회, 정치 현상의 이면에 깔려 있는 원리를 통찰하여,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게다가 헌법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고 있는,현 정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주의자로서 유시민이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하여 상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의견이 진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주제에서 그의 견해에 동감하였습니다.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그의 논리는 빈틈이 없어보입니다. 

결국은 이상적인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하셨듯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이로움을 챙기기 위해서는 현실왜곡도 서슴치 않는 일부 언론에 국민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때문에 저는 이러한 책이 많이 나와야 하고,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의 대통령은 헌법의 가치를 과연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나는 달린다 - 10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궁리

정식으로 독서 후기를 남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실은 여러번 읽은 책입니다. 앞으로는 5권중에 한권 정도는 그 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 괜찮았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책으로부터의 배움을 단단히 하기 위해...

제가 가진 이 책에 마지막 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이 도서는 베텔스만 북클럽 회원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제가 산 책도 아니요, 가족 중 누가 산 책도 아닌 이 책이... 우연히 집에 있었고... 그렇게 우연히 이 책을 접한 이후로... 대학생이였던 당시 101kg이였던 저의 체중은 두 달만에 80kg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만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지요.

이혼이라는 인생의 위기에 112kg이라는 거대한 체구를 지닌 독일 외무부장관 요쉬가 피셔, 1년 9개월 뒤 75kg의 균형잡힌 몸으로 마라톤을 완주하기까지의 과정이 솔직하게 쓰여 있습니다. 달리기를 결심하기까지의 정신적 고민의 흔적이, 마라톤을 준비하는 체계젹인 훈련 과정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의 환희가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한마디로 마음에 와닿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 스스로의 나태한 모습이 부끄러워서인지, 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여서인지 몰라도, 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의 환희를 접할 때, 내안에 뜨거운 무언가가 가득한 것을 느꼈습니다. 50세의 피셔도 의지로 해내는 것을... 나는 몇년 동안 미루고만 있었다는... 부끄러운 현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바가 한가지 있다면, 삶의 프로그램에 대한 통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특정한,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를 살아간다. 그 프로그램은 상황마다 표현되는 개인의 인격적 특성과 자신이 살아온 삶의 우연과 주어진 환경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또한 의식적인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대부분 개인과 집단을 둘러싼 생활환경에서 나타나는 많은 우연의 결과다. 우리는 모든 행동에서 매일같이 이런 프로그램을 따르게 된다. 어떤 변화된 생활 환경에서는 부분적으로 그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의 결과로, 피셔는 다이어트를 위해 삶의 프로그램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작성하기로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거죠. 

나를 지배하는 삶의 프로그램은 과연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에 대하여 자문해 봅니다. 그 것이 잘못된 혹은 의미없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도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못된 습관으로, 환경의 영향으로 혹은 우연의 결과로 빚어진 프로그램이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이 상황을 벗어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새롭게 짜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프로그램으로 삶을 영위하던 시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습니다. 근래에는 부끄럽게도 후자에 해당하는 것 같네요. 언젠가 인터넷을 통해 요시카 피셔가 재혼 후 다시 살이 쪘다는 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다시 살이찐 요시카 피셔처럼 대학원 시절 꾸준한 달리기로 73kg까지 감량했던 체중이 불어나 최근엔 85kg에 육박한 상태입니다. 그에게 실망할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소중한 내 인생의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할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달리기를 쉬어야겠다는 나약한 생각을 버리고, 지금 쌓인 눈이 녹는대로, 겨울에 적합한 트레이닝복이 준비되는대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나를 변화시켰던 요쉬가 피셔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달리기를 통해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되는 자아여행'을 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이건희의 인재공장 - 10점
신현만 지음/새빛에듀넷(새빛인베스트먼트)

삼성으로 이직한 입사동기 형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삼성이라는 국내 대표 대기업이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많이 되더군요. 차분히, 그리고 분석적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인재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지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병철, 이건희, 그리고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1, 2, 3세대 삼성의 핵심 키워드로 저자는 각각 관리, 기술, 마케팅을 꼽고 있습니다. (물론 이재용의 시대가 펼쳐질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습니다만.) 시대별로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오너와 함께 그 시대를 이끌어온 CEO의 전공, 출신, 부서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더군요. 

삼성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던 대학원 동기들의 말이 그냥 엄살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하소연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냉정하고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100%를 쏟아 부어야 할 것 같더군요. 가정을 돌보는 것, 일과 여가의 조화로움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저에게는 조금 맞지 않는 기업문화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 입니다. 

개인이 노력한다면 훌륭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 
치열한 경쟁속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잘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체계적인 일처리를 배울 수 있다는 점 
능력이 인정받았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경력관리에 유리하다는 점 

경영자를 꿈꾸고 있는 저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이였습니다.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먼 훗날의 일이라고, 막연히 꿈만 꿀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실천적인 노력을 시작할 때 인 것 같습니다.
2006년 84권, 2007년 51권, 2008년 41권에 이어... 2009년에는 부끄럽게도... 20권 밖에 못 읽었습니다.

세차례 일본 출장으로 약 2달을 일본에서 보냈고, 새로운 팀에 적응하느라, 어려운 회사 상황에 방황하느라... 꾸준히, 차분히 책 읽을 여건이 안되었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그저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1. 눈먼 자들의 도시
2. 눈뜬 자들의 도시
3. 동물농장
4.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5. 읽어야 이긴다
6.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7.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8. 상실의 시대
9. 해변의 카프카 (2권)
10. 노무현이 만난 링컨
11. 여보, 나좀 도와줘
12. 신 (6권)
13. 그건, 사랑이었네
14. 한국의 책쟁이들

2009년에 읽은 책을 돌아보니, 의외로 소설류가 많은 것 같네요. 실용서, 인문서, 수필을 중심으로 읽다 보니, 소설에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노력했던 한 해였습니다. 독서에 관련된 책도 많이 보이네요. 읽다가 흐름이 끊겨서 그만둔 책도 5권 정도 되는 것 같네요.

2010년 올해도 역시 (염치 없게도) 100권을 읽으리라는 목표를 잡아 봅니다! 1주일에 2권을 목표로... 장, 단기 진행상황을 점검해 가면서 꾸준히 읽어야겠습니다. 조만간 그동안 읽었던 책을 모두 모아 나만의 서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로지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 그만큼 올해는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 보이겠습니다! 2010년의 독서목록을 쓰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국의 책쟁이들 - 8점
임종업 지음/청림출판

3번의 일본 출장, 어려운 회사 상황, 새로운 팀에서의 적응... 여러가지 핑계로 책을 많이 읽지 못한 한해입니다. 때문에 독서욕을 자극할만한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책쟁이들...

만화, SF, 문학, 역사, ...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수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28꼭지나 담겨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헌책방을 들르는 고서 수집가, 평생 꿈꿔온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CEO, 교내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전하는 교장 선생님, 지역 주민에게 교회의 건물 일부를 도서관으로 개방해 운영하는 목사님, 직접 잡지를 출간했을 정도로 열정적인 SF 매니아, ...
 
책 중간중간 실려있는 그들의 서재를 보면서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책쟁이들은 그들의 서재를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고 합니다. 서재에 꽂혀 있는 그들의 책은... 그들의 삶을 대변할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제가 그동안 블로그에 리뷰를 남긴 책 목록을 보시면, 제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이폰이 대중화 되면서, 컴퓨터&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예능프로그램이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쉽고 편리하고 재밌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로 옮겨가면서...

점점 차분히 책읽고 생각하는 문화를 멀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도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오늘도 책을 읽고 있을 책쟁이들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그들을 닮아 1년에 100권 읽기 목표를 꼭 달성하겠습니다.
그건, 사랑이었네 - 10점
한비야 지음/푸른숲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누나라고 부르면 딱 좋을 것 같은 활기찬 그녀의 나이가 50대 초반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어떤 젊은이보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너무 예뻐보이는 그녀... 너무나 매력적인 한비야 누나의 솔직 담백 대담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아름다운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솔직히 한비야 누나가 쓴 책을 많이 읽어보아서, 여러가지로 겹치는 이야기가 많았던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어쩌면 창피하고 숨기고 싶은... 모습까지 솔직하게 우리에게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젊은 친구들를 향한 그녀의 이야기가 더 진솔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한 9년을 뒤로하고, 또 다른 새로운 도전(긴급구호 분야 관련 석사과정)을... 두려움을 무릅쓰고...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는 그녀의 삶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신 1~6권 세트 - 전6권 - 8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열린책들

정말 오랜만의 독후감을 남깁니다. 신 6권을 읽는동안 일본 출장을 다녀오느라 독서의 흐름이 끊어진 덕분에... 그리고 새로운 팀에 합류하면서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소설에 몰입을 잘 못하는 개인적인 부족함으로 인하여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은 누나가 예전에 덧글로 남겨주신대로... 엔딩은 정말 허무하더군요... 엔딩마저도 작가의 상상력이 돗보이긴 했습니다만, 짧지 않은 도정의 끝으로는... 허탈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역시 천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 문화, 역사, 인류에 대한 엄청나게 방대한 지식과 통찰...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그 어느 인문학 서적에 못지 않은 지식과 교양을...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신 후보생들이 18호 지구의 신이 되어, 인류의 역사를 재현해 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질, 그 역설과 모순까지도, 통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인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토리 자체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정치에 관심없는... 언론이 전달하는 단편적인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 들이게 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보, 나좀 도와줘 - 10점
노무현 지음/새터

사람의 생각은 다들 비슷한가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그를 좀 더 알고 싶어서 그의 책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생각들이 모여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더군요.

1994년에 쓰여진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수 많은 분들의 자서전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자신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낸 자서전은 처음이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내용까지 썼을까 싶을정도로 개인적으로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기억까지 책에 남겨 두셨더군요.

그의 어린시절, 사법고시생 시절, 짧은 판사 시절, 잘나가는 변호사 시절,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국회의원 시절 등등 1990년대까지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그가 함께 했던 정치 지도자 YS, DJ에 대한 평가도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정치에 관심이 없던 어린시절에 일어났던 여러가지 시국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외의 대목은... 어린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 정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정치를 꿈꾼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큰 형님을 따라 입신 양명을 목표로 사법고시에 뛰어들게 되었지만, 법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맡게된 시국사건에서 만난 청년들로부터, 그들이 읽은 책을 읽고, 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면서, 그는 사회정의라는 개념에 눈을 떴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그는 그저 부산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겠지요.

노무현 대통령은 굉장히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당 합당때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켰으며, 안정적인 지역구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 다시 도전하였습니다. 스스로의 영예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지켜야할 것을 지키고, 해야 할 것을 해내는 그런 사람이였습니다. 홍세화씨가 말한 '자신의 삶에 미학을 부여'한 그런 사람이였습니다.

사람은 읽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 '의식'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깨어있는 의식'이 있어야 사회정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게 되고,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게 되며,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일상에 휘둘려 살아가다보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생각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더군다나 TV의 노예가 된다면 더더욱 그런 시간을 찾기란 쉽지가 않겠지요. 때문에 저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사색을 통해 사회정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언론이 떠먹여 주는 개념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개념을...
노무현이 만난 링컨 - 8점
노무현 지음/학고재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그를 다시 만나보기 위해 그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링컨'에 대해 스스로 쓴 '위인전'입니다. 어렸을때 부모님께서 사주신 위인전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링컨과 노무현의 대통령 재임시절의 상황이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으며, 변변찮은 학력에 스스로의 역량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으며, 지지세력도 반대세력도 모두 등을 돌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했던... 많은 부분이 비슷하더군요. 마지막까지도...

이 책에서 노무현이 뽑은 링컨의 가장 훌륭한 점은, 시대와 역사에 대한 긴 안목과 통찰을 가지고 자신이 대통령으로 해야할 일을 묵묵히 수행해 냈다는 사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대한 결정의 길목에서 연방과 헌법의 수호라는 대원칙을 지켜나가고자 노력했다는 점... 설사 그가 반대했던 노예제를 폐지할 수 없다고 해도 그는 가장 큰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모진 고초를 치뤄내야 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든, 한 회사의 사장이든, 한 교회의 목사님이든, 자신의 임기내에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 스스로의 명성을 위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적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존경했던 링컨의 행보를 따라 자신의 안위보다는 역사적인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평가해 주겠지요.
해변의 카프카 (상)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문학사상사
해변의 카프카 (하)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문학사상사

상실의 시대에 이어 읽게 되었습니다. 서점을 오가다 늘 마주치게 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속에 정말 찔끔찔끔 읽었고, 다 읽은지 거의 보름이 지난 지금에서야 리뷰를 쓰려니 작품에 대한 느낌이나 감동이 가물가물하네요.

소설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만난 등장인물들은 다른 여느 영화, 소설, 드라마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나카타라는 인물에 호감이 많이 가더군요. 초반에 스토리가 잘 흘러가다가 고양이상과 대화하는 장면부터 저는 좀 깼습니다만...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훌륭하다는 작품을 읽고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떤 감동을 느꼈는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보니 아직도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멀었나봅니다. 비현실적인 스토리에 당황이나 하구 말이죠. 그래도 언젠가 소설로부터 커다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꾸준히 읽어나갈 것입니다. 다음에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명작으로 추천해 주었던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볼까 합니다.
상실의 시대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문학사상사

정말 오래전부터 서점에서 보았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되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어려운 책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술술 읽히는 연애소설이더군요. 이 책 덕분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은 후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있습니다. 역시나 바쁜 일정 때문에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있긴 하지만...

10대에서 20대로 성장해 가는 한 남자의 젊은 날의 방황을, 아픔을 간직한체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 아주 조금씩 틈틈히 읽은데다가, 제가 소설에는 젬병이여서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 얼마지나지 않은 시간에, 무심코 머리속으로 소설을 되네이며, 주인공 와타나베가 되어보았을때 가슴을 때리는 커다란 상실감에 슬픔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찾은 지금은 "해변의 카프카"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 8점
리처드 용재 오닐 지음, 조정현 엮음/중앙books(중앙북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고, 피아노로 클래식을 연주할 수 있기를 갈망하다보니, 클래식 연주가는 늘 저의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 연주가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이가게 됩니다. 클럽발코니의 회원으로 홈페이지에서 공연을 찾다가 리처드 용재 오닐이라는 비올리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의 음악을 아직 들어보진 못했지만 그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쟁 입양 고아인 어머니와 미국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미국의 시골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더군요. 항상 바른 삶, 성실한 삶,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랬던 그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바램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의 할머니는 그의 교육을 위해 매일 엄청난 거리를 운전하셨다고 합니다.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했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한 용재 오늘의 가슴 절절한 그림움이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그를 알아 갈수록 참 맑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으로 좋은 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매일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리처드 용재 오닐. 공연장에서 곧 그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 8점
정진홍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1편이 워낙 인상깊은 책이여서 2편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2편의 느낌 역시 좋아서 올해 출간 예정인 3편 역시 사서 읽어볼 예정입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인문학이 일시적인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인문학의 힘은 깊이 있는 독서와 사색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며,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하여 인문학이 주는 삶의 지혜에 목말라했던 여러 독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키며 책은 시작됩니다.

치세, 인생, 자조, 호기심, 생각, 문화, 소통, 지식, 전략, 권력, 징비

이렇게 11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저자는 방대한 독서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어떻게 보면 학창시절 요령껏 자주 참고했던 핵심정리 참고서의 인문학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읽는 내내 사색과 성찰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홀로 접하기 어려운 인문학 서적을 종합하여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용서 위주로 어느정도 책을 읽다보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자연스럽게 인문학 서적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과도기에 있는 분이라면 이와 같은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네요.
읽어야 이긴다 - 8점
신성석 지음/교보문고

직장인을 위한 책읽기 블로그 bizbook의 이벤트를 통해 저자의 서명이 담긴 책을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워낙 독서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 구입해서 읽을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벤트에 당첨이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네요. ^^;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서 전, 독서 중, 독서 후

독서 전에서는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독서 중에서는 독서의 요령을...
독서 후에서는 독서의 효용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한 독서 후의 활동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실용독서 비법이라는 책의 부제가 무색하지 않게 이 책 자체도 참으로 실용적인 측면에서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책에 대한 블로그가 몇몇 포스팅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요, 그동안 제가 좀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좋은 글을 남겼더라면 이 블로그도 책에 소개될 수 있었을꺼라는 생각에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보았습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을 꼽는다면...

책을 읽을때 목적을 명확히 하기
책을 읽음으로써 얻고자하는 것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독서를 한다면, 집중력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고,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것도 훨씬 많아질 것 같습니다.

책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려는 마음가짐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책에서 배운 지혜와 지식이 나의 삶에 적용되지 않는 다면 독서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을 것 입니다. 책에서 배운 것들을 항상 기억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관심테마를 중심으로 하는 독서
보통은 중구난방식으로 재밌어 보이거나 유익해 보이는 책을 한권 한권 선택해 읽곤 했습니다. 앞으로는 독서의 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 특정 테마를 정해서 여러권의 책을 읽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2009년 100권의 책을 읽기를 다짐하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2월이 끝나가는 지금 읽은 책을 꼽아 보면 몇권이 안되네요. 그러한 와중에 독서에 열정을 불어 넣어주는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유익하게, 좀 더 즐겁게 독서를 할 수 있는 요령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구요.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직접 보내주신 신성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 10점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김영사

지루할 것 같아서 사놓고 한참을 읽지 않았던 책입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가 많아서 이 책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깨달은 바가 워낙 많아서 앞으로도 소중히 여기고 가끔씩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전철에서, 버스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바라보면 보통 무표정하거나 표정이 어둡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애써 미소지어 보곤 하는데요,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그럭저럭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시기, 미움, 비난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마음이 평온하지 못할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초와 정신의학 전문의 하워드 카틀러의 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 심리학,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하는 하워드 카틀러는 달라이 라마가 주는 가르침이 자신이 알고 있던 객관적인 사실에 비추어 봐도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달라이 라마의 메세지는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둘레를 뛰어 넘어 보편적인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매우 평범한 진리입니다.

이 책에 다양한 상황에 대한 질문과 달라이 라마의 답을 전하고 있지만, 달라이 라마가 전하는 가르침은 모두 하나의 진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하길 원하고, 고통을 원치 않는 존재라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 역시 행복을 원하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비심이라고까지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예전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더군요. 여러분도 미워하는 사람, 시기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달라의 라마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겨보시기 바랍니다.
동물농장 - 10점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민음사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동물들을 의인화 하여 인간들의 정치행태를 풍자하는데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멋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고전이라 할 수 있겠지요.) 동물들이 인간의 지배로부터 반란을 일으켜 자신들의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처음에는 통쾌했습니다. 계속 읽다 보니 동물농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북한을 비롯한 공산국가의 현실을 풍자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 같이 열심히 일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유토피아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머리가 좋아 지도자 역할을 자청하는 돼지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고 특권을 누리면서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을 세뇌하고 폭압하는 장면은 인간의 역사와, 특히 공산주의를 주창한 나라의 그 것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라고 좁게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은 후 차분히 되돌아 보니 기득권을 가진 자의 독재를 비판한다고 보는 것이 넓은 시각에서 봤을때 더 타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빨갱이라고 욕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의 원론적인 순수한 이상을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입니다. 다만 그 순수한 이상이 현실이 되기에는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할 수 없었기에 처참히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흔히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체게바라나 노먼 베쑨 같은 사람만 존재했다면 공산주의 사회는 성공했을꺼라고...

공산주의 실패의 원인을 인간의 이기심에 근거한 동기부여의 부제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독재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농장에서도 나폴레옹의 독재와 폭압정치, 기득권층의 특권행사로 인하여 동물들은 인간의 지배를 받을때보다 더 힘들게 일하고 더 적게 먹는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현재 역시 이 책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주제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개에 의해 처형된 동물들은 박정희의 독재시절 그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핍박받은 사람들을... 그리고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왜곡하며 동물들을 설득하던 스퀼러는 언론사를 장악하려는 현 정부의 행태와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자청하는 비양심적인 언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게 됩니다. 거창할 것 없이 딱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국 사회가 상식적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은 사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했으면 좋겠고, 언론은 진실을 호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렇게 어렵나요?
눈뜬 자들의 도시 - 6점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해냄

솔직히 별로 재미 없어서 읽는데 보름이나 걸렸습니다. 요즘 이래저래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서 책 읽을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요. 방금 책읽기를 마쳤는데 결론 없는 마무리에 허무해서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눈먼 자들의 도시"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 나갔는데, 중반으로 접어 들면서 4년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편에서는 실명이라는 신체적인 장애로부터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인간의 본성을 심도있게 들여다보았다면,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 정치 환경이 붕괴되었을 때를 가정하고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수도의 시민 중 80% 이상이 백지투표를 함으로써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대다수의 시민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보수당이 집권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흥미롭습니다. 백지투표로 발생한 사회의 붕괴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안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긴 하지만...

소설을 잘 읽을 줄 모르는 저의 무능함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주제 사라마구의 책은 저에게는 조금 지루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전달 방법은 작가마다 다를 것 입니다. 어떤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함축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면서, 그 것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독자에 몫으로 남겨놓을 것 입니다. 반면에 어떤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 있는 메세지를 직접 소설에 표현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주제 사라마구는 후자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설적으로 말하면... 독자가 못 미더웠던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스토리 중간중간에 삽입함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달성함과 동시에 독자의 집중도와 흥미를 떨어뜨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막 소설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으므로 다양한 작가의 소설을 접하면서 소설을 구성하는 방식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눈먼 자들의 도시 - 10점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해냄

"파리대왕"을 구입할때 흥미위주로 읽으려고 함께 구입한 책입니다. 그런데 의도와 다르게 작품성 있는 소설이더군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칼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입니다. 얼마전에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죠.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진 않지만... 영화관에서 예고편을 수도 없이 봤는데, 그때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인지도 몰랐습니다. 이제 소설을 다 읽었으니 영화로 감상하면서 소설을 읽으면서 가졌던 생각과 느낌을 되새겨 보려 합니다. 대체로 영화는 소설보다 못하긴 하지만...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독특한 문체가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적절한 문단 나누기나 대화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부호 등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읽어야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입한 "눈뜬자들의 도시" 역시 마찬가지더라구요.

이 소설은 원인을 알수없는, 눈이 머는 전염병에 의해 눈이 멀게된 사람들이 정신병원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에 격리수용되면서 시작됩니다. 초기에 사람이 적었을때는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그 것을 지켜나가면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해보려는 노력이 어느정도 힘을 발휘하지만, 시간이 지나 전염병으로 정신병원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그래서 환경이 더 열악해지고 혼란이 가중될수록 인간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해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앞서 읽은 소설 '파리대왕'의 윌리엄 골딩과 '눈먼 자들의 도시'의 주제 사라마구가 각각의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과 그 결과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설을 연달아 읽게 되었네요.

'파리대왕'에서 인간다움을 상징한 인물이 랠프였다면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눈먼자들을 인도하는,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주제 사라마구 역시 윌리엄 골딩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를 가지면서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2008년에는 41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2006년의 84권, 2007년의 51권의 책을 읽었는데, 점점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어서 반성하고 있어요. 2008년에는 9월달에 4주 훈련을 다녀오면서 한달의 공백이 생기기도 했고, 책을 읽는 흐름이 끊어진 측면도 있어서 작년만큼 책을 읽지 못한 듯 합니다. 또 읽다가 흥미를 못느껴서 중간에 그만둔 책도 몇권 있었는데, 올해는 가능하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신중히 책을 선택해야겠습니다. (구입은 물론 온라인에서!) 

올해는 고전 위주로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올해도 목표는 100권! 맹목적인 컴퓨터의 사용시간을 줄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성장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몰입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신해철의 쾌변독설
서랍 속 카메라 세상을 만나다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몰입의 즐거움
철학 콘서트
완득이
대한민국사 4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
대한민국 프로페셔널의 조건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3권)
삼국지 (10권)
뉴욕의 프로그래머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신이 내린 손가락
랑랑
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마에스트로 금난새 열정과 도전
아름다운 열정
프로그래밍은 상상이다
파리대왕
파리대왕 - 8점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민음사

저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습니다. 가짜 이야기에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주로 실용서, 수필이나 인문학, 역사, 음악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게 됩니다. 소설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편이지만, 문학작품이 주는 감동과 가치를 너무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은 고전 위주로 문학작품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선택한 작품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입니다. 무인도에 남겨진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냉전시대의 회의적인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 있던 시기에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합니다.

아무런 사회적인 장치가 없는 환경(무인도)에 남겨진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화를 통해 인간의 야만성등 어두운 측면이 잘 드러납니다.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합리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랠프의 절망을 바라보면서 '과연 인간은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존재일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침울했습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몰상식한 여러가지 사회현상(e.g. 뉴라이트)을 보면 윌리엄 골딩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진리에 기대어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프로그래밍은 상상이다 - 10점
임백준 지음/한빛미디어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 "행복한 프로그래밍"으로 유명한 임백준님이 "경영과 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등의 월간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프로그래머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략 2001년부터 2008년 사이에 쓰였는데, 각 글 마다 2008년에 작성한 기고후기를 담고 있어 해당 주제에 대한 최신 동향이나 저자의 새로운 의견을 접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프로그래밍은 상상이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프로그래밍이 가지는 속성을 파헤쳐보는 다소 철학적인(?) 이야기도 있고, 인기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서 다룬 흥미로운 글도 있고, 유닛테스트, 리펙토링 등등 실용적인 주제도 담고 있습니다. 요근래 읽었던 책중에 가장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

버그에 관한 이야기에서 저자가 언급했던 인상적인 구절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네요.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계시다면 다음 질문에 대답해보세요!

당신이 작성한 코드로 운행중인 비행기가 있다면 탑승하시겠습니까?

저희팀은 컴파일러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우리가 작성한 컴파일러로 비행기 운용 소프트웨어를 컴파일 했다면 그 비행기를 탈 수 있겠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답은... 대충 상상이 되실겁니다. ㅋ
아름다운 열정 - 8점
조현정 지음/청림출판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던 시절,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 비트교육센터를 다니는 것을 챙피한 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프로그래머로 일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내가 비트교육센터 전문과 과정에 들어간다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정도로 비트교육센터는 엄청난 노력과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이겨낼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었다.

원래는 성공시대 출연으로 유명한 조현정 대표과와 비트컴퓨터라는 회사를 좀 더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비트교육센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조현정 대표의 인생철학, 국가관,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생각등을 책을 통해 접하면서 우리회사의 CEO겸 CTO 이신 박대연 교수님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도 워낙 애국심,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 프로그래머가 지녀야할 정신자세 등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하는 비트출신들을 보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부끄러워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좀더 나은 프로그래머로서 회사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겠다.
마에스트로 금난새 열정과 도전 - 10점
금난새 지음, 이진영.신승철 구성/생각의나무

금난새 선생님의 공연을 본적은 없지만,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을 통해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완전히 그의 팬이 되었다. 수원시립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이 책을 따로 구입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고 무거운 이 책은 많은 사진을 담고 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과 그리 다르지 않은, 오히려 부드러운 인상이 더 좋은 느낌을 주는 그의 모습은 아마도 음악의 힘이 아닐까?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평생에 걸친 그의 노력과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뿐만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목표와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였던 KBS 교향악단을 박차고 나와, 수원시립교향악단, 유라시안 오케스트라, 경기도립교향악단으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의 맡은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최고로 끌어 올렸던 그의 행보를 눈여겨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언제나 꿈을 꾸고 노력하며 생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음악인으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사회인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강한 추진력, 단원들을 이끌어온 친화력과 배려심 등등 책을 읽는 내내 배울점이 참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침체되어 있는 수원시립교향악단에 활력을 불어 넣어 전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지방교향악단으로 만든 일화나, 유라시안 오케스트라를 설립해 자생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킨 이야기는 상당히 인상적이였다.

또 한명의 훌륭한 인생 선배를 만난 느낌! 금난새 선생님의 공연이 있다면 한번 찾아가보고 싶다.

피아노를 배우고 연습한다는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잘알고 있는 나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제목이 자극적이여서 서점을 둘러보던 중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일주일 안에 피아노를 죽이게 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책을 슬렁슬렁 넘겨보면 참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앞부분은 소설! 뒷부분은 피아노 교본!

대략의 흐름을 소개하자면, 체르니 30번 책을 들고 있는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주인공은 일주일 안에 피아노를 죽이게 치게 해주겠다며 다가간다.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피아노를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주인공은 그녀를 위해 정성스럽게 피아노 교본을 쓰게 된다. 그녀를 위해 작곡한 곡을 포함하여...

소설 자체도 참 재미있다. 피아노에 대한 저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소설에 녹아 있는 듯 하다. 어린시절 피아노를 배워봤다면 누구나 공감할법한 이야기들이 재치있게 그려진다. 연애에는 젬병인 주인공이 마음속의 그녀를 위해 정성스럽게 피아노 교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읽고 나니, 그 뒤에 실려 있는 피아노 교본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꼼꼼히 정성스럽게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그녀를 위해 쓴 피아노 교본은 코드 반주를 설명한다. 앙증맞은 건반 그림과 함께 그녀를 위한 그의 천절한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동영상까지 제공하고 있어 개인의 충분한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일주일 안에 죽이게 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코드를 활용한 가요 연주가 가능할 것 같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만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 도전해 보셔도 괜찮을 듯!
랑랑 - 8점
랑랑 외 지음, 김한청 옮김/다른

피아노 음악에 관심이 많은 회사 분이 랑랑의 카네기홀 공연 DVD를 빌려 주셔서 랑랑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중국의상을 입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진정으로 음악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피아니스트 중에 가장 강렬한 느낌으로...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고 피아노를 배우는 입장에서 음악가는 늘 경외와 존경, 그리고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때문에 최근에도 지휘자 금난새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고, 용재 오닐의 책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겉으로만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랑랑이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국 선양에서 태어난 랑랑은 북경,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경제적인 문제로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야 했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으나 엄격한 아버지의 지도 아래 그가 쏟았던 피땀어린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천재적인 재능도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빛을 발하지 못하는데, 평범한 나는 재능이 없다고 아쉬워만 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노릇이다.

책을 읽어 보면 랑랑이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책을 본 이후에는 랑랑의 DVD를 볼때면 그가 연주하면서 느끼는 행복과 황홀감을 상상해보곤 한다. 그 느낌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언젠가는 그의 공연을 직접 보고 듣고 싶다.
신이 준 손가락 상세보기
우갑선 지음 | 미래인 펴냄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의 엄마가 처음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이희아. 어느덧 스물세 살 꽃처녀가 된 그녀는 이제 음악을 전공하는 꿈 많은 대학생이자...

여자친구와 영화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잠시 들렀던 서점에서 처음 발견해 서문을 읽었고, 다음날  원준이를 만나기 위해 교보문고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생각나서 찾아 읽게 되었다. 결국 책에 담긴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구입하고 말았다.

어려운 곡을 연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네개의 손가락으로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완성하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을 그녀의 열정이 손에 잡히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남들과 다른 외모를 부끄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감사하는 희아님의 밝고 명량한 성격에 감동했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진 것에 감사하기 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피아노를 배움에 있어 선천적인 능력을 탓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겠다. 중요한 것은 열정과 노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가르쳐주었으니까...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상세보기
얀 마텔 지음 | 작가정신 펴냄
표제작인 <헬싱키 로카마티오에서는 에이즈로 죽어가는 친구와 20세기 역사에서의 희망과 절망의 순간을 병치시키고, 에서는 한 사형수의 죽음이라는상황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

<파이 이야기>로 인기작가가 된 얀 마텔의 첫번째 작품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포함하여 1편의 중편소설과 3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여자친구가 얀 마텔의 작품을 좋아해서, 이 책 뿐만 아니라 <셀프>라는 작품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요즘에는 <셀프>를 빌려 읽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작가노트를 소설의 일부로 활용하여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독자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 <파이 이야기>의 독특한 구성만큼이나, 그의 초창기 작품도 평이하지 않은 구성을 뽐내고 있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4개의 작품들,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미국 작곡가 존 모턴의 <도널드 J.랭킨 일병 불협화음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었을 때>,
<죽는 방식>,
<비타 애터나 거울 회사 : 왕국이 올 때까지 견고할 거울들>,
모두 독특한 제목 만큼이나 독특한 형태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후배의 삶을 20세기 역사에 비춰본다거나, 사형수의 죽음이라는 동일한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반복되는 편지의 형태로 보여주는 식으로 지금까지는 접해볼 수 없었던 형식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으나, 이 책으로 인해 소설에게 가졌던 편협한 마음을 거두게 되었다. 소설이라는 장르로도 충분히 인생의 지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아름다움을, 작가의 독창성을 충분히 담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한 것이다. 앞으로도 좋은 소설이 있다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
뉴욕의 프로그래머 상세보기
임백준 지음 | 한빛미디어 펴냄
세계금융시장의 심장,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는 프로그래머들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다루는『뉴욕의 프로그래머』. 이 책은 현직 프로그래머인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머들의...

<행복한 프로그래밍>,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 등으로 이미 유명한 임백준님이 쓴 소설책이다. 그가 쓴 책은 거의 읽어보았는데, 프로그래머의 가치와 프로그래머로서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즐거움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 소설의 형태로 쓰여진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을 배경으로 금융분야의 트레이더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국인 프로그래머 영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 고객 등등 프로그래머로서 만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소설책임에도 불구하고 소스코드가 등장하고 전산 용어들이 난무해서,  이 바닥에서 굴러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심히 공감히 갈만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교훈을 선사한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에 나오는 프로그래머에게 주옥같은 지혜를 소설로 읽는 기분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해 할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보람을 찾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좀더 나은 방법을 찾아, 아름다운 코드를 작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그 결과가 경험으로 쌓였을때, 언젠가 나도 누군가가 부러워할만한 내공을 지닌 원숙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겠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