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김형경 지음/한겨레출판

알라딘 RSS에서 줄기차게 인문학 분야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 있고 또 한겨레출판이라면 믿을만 해서 과감히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심리 치유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소설가 김형경이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정신분석'을 통해서 해결해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 알기",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로 총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있지만 뭉뚱그리면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고민을 다루고 있다. 현재에는 나름의 답을 찾아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도 언젠가 한번쯤 했을 법한 고민들 혹은 앞으로 가지게 될 고민들이 잘 나타나 있고 저자는 그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해준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고 했던가?

저자는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고민의 원인을 분석할때 문제의 근원을 유아기에서 찾는다. 유아기에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느냐 아니냐가 한 사람의 자아를 결정하는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가 제목을 "천개의 공감"이라고 지은 이면에는 그만큼 '정신분석'에 대한 저자의 신뢰가 묻어 나오는 듯 하다.

아직 혼자라서 조금 외롭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정신적인 문제 없이 항상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은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한다.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미래의 내 아들 딸들에게 그 사랑을 물려줌으로써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 것이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한국경제신문

참으로 사연이 많은 책이다. 이 책을 산 것은 상당히 오래전 일인데 내가 읽기 전에 지연누나가 빌려갔다. 그런데 이윤준 교수님이 이 책을 빌려가셔서 깜깜무소식이었다. 결국은 한참 후에 새책으로 사주셨고 지연누나가 읽은 후에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리뷰를 쓰는 지금 이 시점에 책의 표지가 세련되게 바뀐 것을 보면 적잖이 시간이 흘렀나보다.

워낙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중시하고 좋아해서인지 몰라도 읽는내내 다소 따분했다. 아무튼 책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전개된다. 먼저 우뇌와 좌뇌의 역할에 대하여 논한다. 좌뇌는 순차적이고 분석적이며 우뇌는 큰 조화를 이루는 능력,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사회는 육체적 능력이 중시되던 사회에서 좌뇌의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는 우뇌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하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의 근거로 저자는 "풍요", "아시아", "자동화"를 들고 있다. 단어만 듣고도 누구나 대략 예상되는 흐름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내가 속해 있는 전산분야를 예를 들면 인도의 저렴한(?) 프로그래머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철저히 서양중심적인 사고관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는 좌뇌형 직업인 프로그래머보다 또다른 우뇌형 직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설득력을 더한 후에 저자는 미래인재의 6가지 조건(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을 제시한다. 각각의 조건에 대하여 수많은 사례와 근거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에서 철저히 좌뇌형 인재로 분류하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이제 막 시작한 나로서는 좌뇌형 능력을 갖추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지만 항상 숲을 바라보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데에는 어느정도 공감이 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청어람미디어

이 책의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서재를 마련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신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정도로 지식에 대한 욕구가 대단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대학원에 있을때 정한형이 잠깐 책을 보여주셨는데 그때 본 다치나바씨의 고양이 빌딩을 보고 감탄한 후 꼭 이 책을 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책을 접할 수 있었다.

다치바나씨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의 독서론,서재론을 거쳐 마지막으로 그가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독서론, 독학론인 것 같다. 사회적 문제, 우주, 뇌를 포함한 과학분야 등 그의 지적활동의 범위는 거침없이 넓고 깊어졌는데 그는 새로운 주제를 접할 때는 그 것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감없이 책장 한권 분량이상의 책을 읽어냈다.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앞두게 되면 그 전문가가 저술한 모든 책을 모두 읽고 가는 그의 노력은 정말 대단했다!

재밌는 것은 그의 서재론인데 자신의 지적 작업을 도와줄 한명의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책의 후반에는 그의 서재이자 작업실인 '고양이 빌딩'의 전경사진을 포함하여 건물 내부의 구조의 일러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고양이 빌딩'의 존재 자체가 이미 다치바나씨의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래저래 치여살다보니 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 오랜만에 독서에 자극을 주는 책을 만나서 좋았다. 연구실에 복귀하여 평온한 일상을 찾은 만큼 다시 책의 세계로 빠져볼까!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한겨레출판

입사하고 바쁘고 정신없이 보내던 기간동안 틈틈히 조금씩 읽어나갔던 책이다. 워낙 홍세화씨의 글을 재밌게 읽고 있고, 그의 글을 좋아하지만 여건상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야 독후감을 남기려고 하니 기억을 더듬는 것이 힘에 부친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에서는 그가 보여주고 싶은 프랑스 사회를 택시운전의 경험과 시야 안에서 비교적 제약을 가지고 소개하고 있으나 이 책에서 그는 그러한 제약을 털어버리고 치밀하게 프랑스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제2부 "프랑스 사람들 이야기"에서는 한국사회와의 비교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들의 삶과 문화 그 자체를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물론 제3부에 "한국 사회와 프랑스 사회와의 만남"에서 프랑스 사회에서 배워야 할 점과 우리의 장점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을 잊지 않고 있다.

홍세화씨가 소개하는 프랑스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며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나는 김구선생이 말씀하셨던 것 처럼 부유한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개개인이 그 권리를 누리는 가운데 다른사람이 누리고자 하는 권리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그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과 문화에서 그 사회가 이상적이고 성숙한 사회인지 아닌지가 구별된다고 본다. 따라서 엥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엥똘레랑스를 주장했던 홍세화씨의 주장처럼 대한민국 사회에서 극우와 극좌는 배제되어야 된다. 공화국에 이념에 따라 당리당략이 아닌 공익(!)을 위해서 좌, 우, 중도세력이 각자의 생각을 주장하고,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법의 풍경
김두식 지음/교양인

기숙사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이 책을 보고 순일군은 명저라며 꼭 읽어보라고 권한적이 있다. 읽을 책을 고르는 방법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은 네트워크 독서법. 웹에서 하이퍼링크를 따라가듯 <21세기에는 바꿔야할 거짓말>에서 김두식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책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다룬 <칼을 쳐서 보습을>은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제목이 주는 위압감처럼 우리는 헌법에 대해서 "어려운 것",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것", "높으신 분들이 결정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헌법의 존재 의미가 국가를 통제하고 우리의 인권과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결코 어렵게 느끼고 멀리해야 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 활용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헌법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1년여의 짧은 시간동안 검사직을 수행하던 저자는 법조계의 오랜관행과 특권의식에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어려움을 괴로워 하다 과감히 검사직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유학중인 아내를 위해 2년동안 전업주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지금은 코넬대 법과대학에 진학하여 석사학위 취득후 경북대 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법대를 선택했던 이유에서 부터 검사를 관두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하고, 법에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음란과 예술사이에서 가르쳐준다. 특히 여기서는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잘 그려놓고 있어 올바른 민주주의가 어떠한 절차를 통해서 완성될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2장에서는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의 위험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법과 법조인의 역할에 대해서 성찰해본다. 3장은 법조인들이 어떻게 특권의식을 가지게 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던" 법조인들의 초심이 어떻게 특권의식으로 변질되어 가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 밖에도 대한민국 검찰과 헌법 정신, 정당한 권리인 묵비권의 힘,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에 대하여 저자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난 우리 법조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권의식에 적잖이 놀랐다.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던" 그들의 초심이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의식있는 사람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얼마든지 현실속에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정의라고 믿는 것들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끝없이 읽고 생각하고 배우며 자신의 삶에 미학을 부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행 1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열림원
만행 2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열림원

몇달 전 선애누나가 이 책을 읽으시면서 대략의 줄거리를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 것을 듣고 난 꼭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꼭 사서 읽고 싶었는데 절판되어서 결국 못 구하다가 선애누나에게 빌려서 3일만에 읽어버렸다. 나 스스로 최근 종교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각스님이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스님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다.

현각 스님이 되기 전의 폴은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였다. 그는 성경을 수도 없이 읽었고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예수님의 뜻을 따라 남을 돕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폴은 카톨릭계 학교에 다녔는데 수녀님들은 그의 질문에 당황하고 힐책할 뿐 납득할만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 그 질문이 내가 기독교에 가지고 있는 것과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에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수녀님들의 대답이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불신지옥"에 관한 것이나, 태어날 때 부터 불행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에 대한 것이다. 하나님은 아이들을 사랑하신다고 하는데 태어날 때 부터 마약에 중독되어 태어나는 아이, 에이즈에 감염되어 태어나는 아이,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폴의 의문을 접하며 나는 김혜자님의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에서 그녀가 아프리카의 처참한 상황을 바라보며 외쳤던 외마디가 들려오는 듯 했다.

폴은 어려서 부터 진리를 찾고 싶어 했기에 예일 대학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철학과 신학을 파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키르케고르, 쇼펜하우어 등의 많은 철학자를 만났으나 명확힌 진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후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한 폴은 우연히 한국의 숭산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매료되어 한국을 찾고 종국에는 스님이 되어 폴이 아닌 현각이 되었다.

참선을 통해 자기 안에서 진리를 찾는 선불교의 스님이 된 현각은 오히려 자신이 수행자로서 참선을 하는 것이 예수님의 뜻을 이해하고 예수님의 뜻대로 사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어떤 종교집단에 소속되어, 어떤 형식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나 부처와 같은 성인의 가르침을 따라 마음과 행동을 일치시켜 남을 돕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각의 스승인 숭산스님은 세계에 현존하는 4대 생불로서 어린아이 같은 맑은 눈과 순수한 미소를 가진 분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분을 뵙고 싶고, 그 분의 설법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불교라는 종교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생겨 현각스님과 숭산스님의 쓴 책을 읽어볼 계획이다. 진리란 무엇일까? 무엇이 올바른 삶일까?
카네기 행복론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함께 평생을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고 실천해야 할 책을 만났다. 난 참 걱정이 많은 사람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별명은 "걱정돌이"였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서 쓸데없이 걱정하고 마음쓰는 것은 항상 나를 갉아먹었다. 그러던 것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마음가짐이 달라져서 인지, 책을 읽고 깨달은 바가 있어서 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전보다 많이 태연해졌다.

<카네기 행복론>의 원제는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이다. 걱정 없이 사는 것이 결국 행복한 삶을 이루는 전제조건임을 이해한다면 책의 제목은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정말 완벽하게 걱정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생활수칙이나 마음가짐을 제사하고 있다. 심지어 "피로와 걱정을 방지하고 늘 원기 있게 사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여러 사람들이 "걱정 근심을 극복한 사례"가 실려있다.

사실 이 책에 나열되어 있는 여러가지 방법은 내가 다른 책이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에서 한 두번은 접했을 법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많은 사람들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소개하고 있기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인간은 정신적인 작업만으로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과 "피로의 대부분은 정신적, 감정적인 태도에 기인한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피로의 원인은 고민, 긴장, 감정의 혼란이라고 한다. 또한 권태로움 역시 피로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고 한다. 내게 주어진 일을 재미있게 해낼 수 있는 지혜와 인생의 고민을 슬기롭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걱정과 고민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계신분께 강력추천!  

 
이라크의 역사
공일주 지음/살림

논문작업으로 오랫동안 책을 안 읽어서 그런건지 정말 머리에 안들어와서 읽기 힘들었다. 단돈 2970원에 이라크의 역사를 들여다 보려고 구입했지만, 외국사람의 이름과 외국의 지명은 즉각 구분이 안되다 보니 읽는 것이 고통스러워 읽고 싶은 부분만 훓어보게 되었다. 억지스러운 독서는 독서와 멀어지게 하므로 피하는 것이 상책.

민족과 종교와 국제정세가 첨예하게 얽힌 이라크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해 놓았다. 오히려 그 간략함이 수 많은 인물과 사건을 쉼 없이 등장시킴으로써 나를 힘들게 했지만. 순니파, 시아파, 쿠르드족의 충돌의 역사를 바라보며 닫힌 민족주의와 배척주의의 어두운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하나의 국가나 사회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서 절충 점을 찾아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미국이나 외부 세력이 아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제131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 2007년의 독서를 가볍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유쾌한 소설. 다섯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다섯가지 이야기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은 신경과 의사인 이라부와 그의 영원한 콤비인 간호사 마유미다.

다섯가지 이야기는 모두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뾰족한 걸 무서워하는 야쿠자,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는 의사, 1루로 송구가 잘 안되는 3루수 등등 자기도 모르게 가지게 된 강박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신경과 의사 이라부를 만나 상담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 천진난만한 이라부의 진료를 통해 주인공들이 강박증으로 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딱딱하게 굳어 버린 나의 몸과 마음도 흐물흐물 긴장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삶의 과정에서 마주친 답답함에 의기소침해진 분이 있다면 부담없이 읽어보시길! 

2006년을 마감하며 일년동안 읽은 책들을 되돌아 보았다. 3월에 100권을 목표로 다독을 시작하였으나 84권을 읽는데 그치고 말았다. 내년에는 1월 부터 시작하면 1년에 100권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교적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섭렵하였다고 자평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거나 유용한 책은 밑줄로 표시해 두었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해준 지연누나와 은정이에게 심심한 고마움을 전하며,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게 되는 2007년이 되길 바란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1.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 봉순이 언니
3.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4.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5.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6. 이루마의 작은방
7. 호밀밭의 파수꾼
8. 마흔으로 산다는 것
9. 씁슬한 초콜릿
10. 홍합
11. 연금술사
12. 경제학 콘서트
13. 한국의 젊은 부자들
14. 지식의 힘
15.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6. 책 읽는 책
17. 소설 정약용 살인사건
18. 거꾸로 읽는 세계사
19. 얼굴 빨개지는 아이
20. 멈추지 않는 도전
21.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22.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23.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24. 칼의 노래 1권
25. 칼의 노래 2권
26. 카네기 인간관계론
27. 괴짜경제학
28. 3인행
29.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30. 구글, 성공 신화의 비밀
31.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32. 시맨틱웹 : 웹2.0 시대의 기회
33. 설득의 힘
34. 2010 대한민국 트렌드
35. 공부의 즐거움
36.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혹기술
37.
38. 완벽에의 충동
39. 열정을 경영하라
40. 인간연습
41. 쾌도난마 한국경제
42.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마라
43. 인생수업
44. 한국의 임원들
45. 일본의 제일부자 손정의
46.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47. 전태일 평전
48. 프로로 산다는 것
49. 마음을 비워 평온하라
50.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5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첫번째 이야기
5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두번째 이야기
53.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54. 배려
55.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56. 입문 - 이창호 정통바둑 1
57.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 낱말편 1
58.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
59. 1리터의 눈물
60. 시간 여행자의 아내 1권
61. 시간 여행자의 아내 2권
62.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63. 대한민국사
64.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65. 피아니스트
66.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67. 대한민국사 2
68. CEO 책에서 길을 찾다
69. 체 게바라 평전
70.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71. 가로세로 세계사 1
72. 가로세로 세계사 2
73.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74. 대한민국사 3
75.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
76. 딴따라라서 좋다
77. 장정일의 공부
78. 제태크의 99%는 실천이다
79.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80. 내려놓음
81. 파이 이야기
82.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83.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84. 닥터 노먼 베쑨
닥터 노먼 베쑨
테드 알렌 지음, 천희상 옮김/실천문학사

2006년의 마지막 몇시간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보내고 있다. 덕분에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자신한다. <체게바라 평전>에 이어 찾게 된 실천문학사의 역사인물찾기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이 책의 원제는 <생명의 칼, 정의의 칼>이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그가 일생동안 보여준 인류애는 모든 사람들이 본받을만하다. 일신의 안영과 영달을 포기하고 국제적인 인류애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노먼 베쑨은 체게바라와 너무나 닮았다. 그리하여 그들이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까지도.

디트로이트의 평범한 외과의사였던 노먼 베쑨은 폐결핵을 앓게 되고 요양원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던 중, 그 당시에는 무모하다고 생각되던 기흉수술에 대한 연구결과를 접하게 되고 수술로 폐결핵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닥터 노먼 베쑨 그 자신은 그렇게 수술을 통해 결핵으로 부터 완치가 되었고, 후에는 흉부외과 의사로 명망을 얻게 된다.
 
다시 삶을 얻게 된 노먼 베쑨은 수 많은 사람들이 결핵으로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의사로서의 한계에 괴로워한다. 그가 생각하는 결핵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난"이였기에 환자차트에 병명을 써넣을 때 "폐결핵"이라고 써넣어야 할지 또는 "경제적 빈곤"이라고 써넣어야 할지 고민하기에 이른다. 그러한 고민 끝에 그는 "무상의료"를 주장하게 되고 결국은 어떤 연설에서 "공산주의자"임을 밝힌다.

노먼 베쑨은 자신의 이념을 실천에 옮긴 사람이다. 파시즘과 나치즘에 대항하여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였고, 중국의 항일운동에 참가하여 부상병들을 치료함으로써 전시의료분야의 개척자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안위는 생각지 않고 부상병을 찾아 전선으로 이동했으며, 쉼 없이 몇 일동안 수십건의 수술을 해냈다. 그에 대한 중국인민의 무한한 존경과 사랑은 당연한 것이였다. 결국 그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부상병을 돌보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노먼 베쑨의 개인의 생애뿐만 아니라, 1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국제정세 그리고 자신들의 더러운 명분을 세우기 위해 제국주의자들이 악용했던 반공의 속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중국인민들과 닥터 노먼 베쑨이 보여준 순수한 공산주의가 실현된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 것이 유토피아적일지라도. 2006년의 마지막 날 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아꼈던 또 한명의 위인을 만나게 되어 나는 기뻤다.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한겨레출판

극우의 헤게모니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열린 마음으로 읽어 주었으면 하는 한겨레 출판의 <21세기에는 ...>시리즈. 올해의 인터뷰 특강은 책에서 만난 배우 오지혜가 사회를 맡아서 더욱 정겨웠다.

올해 인터뷰 특강의 화두는 "거짓말"이다. 총 8명의 연사가 각자의 분야에서 마주칠 수 있는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한홍구, 박노자님은 한국사의 거짓말을 논하고, 김동광님은 황우석 사태를 가지고 과학에 대한 거짓말을 이야기한다.

이번 강연에서 특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 특히나 여성 연사로 부터 - 고정관념으로 부터 벗어나 색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혜신님의 강연에서는 사람에 대한 "모호함"을 참고 이리저리 열어 놓고 생각하자고 주장한다. 지난 여름방학 소개팅에서 만났던 아가씨가 만날 사람이 카이스트 학생이라고 하여 이상한(?) 사람이 나올까봐 다소(?)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내가 느끼기에도 다른 집단에 비해 특출난(?) 사람들의 비율이 많기는 하지만,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몇 가지 행동패턴으로 부터 사람을 단순하게 판단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일까? 평범하고 그렇지 않음에 기준은 무엇일까?

마지막 프라풀 비드와이의 강연에서는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가 제시 했던 두 가지 거짓말의 첫번째는 신비주의적인 인도의 이미지에 대한 것이며 두번째는 떠오르는 경제강국으로서의 인도에 대한 것이다. 카스트제도로 인한 인도사회의 부조리와 그 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이제야 비로소 책으로 출판된 인터뷰 특강을 모두 읽었다. 나에게 <21세기에는 ...> 시리즈는 진보적인 사람들의 소신을 통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게 해준 정말 고마운 책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보수적인 사람들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주었으면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열린마음으로 소통함으로써 좀 더 나은 사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시공사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동생의 책꽂이에서 얇은 소설 한권을 꺼내들었다.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인줄도 모르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그냥 책을 펼쳤다. 책의 서문에서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기에 더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삶을 담은 진짜 이야기니까.

책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의 사랑이 어쨌든 "불륜"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들의 감정이 아무리 절절하고 진실되었다 하더라도 아직은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아름다운 사랑만 보이는 것은 아니였다.

끝까지 읽고 난 후 난 극도로 절제된(?) 사랑에 감동받았다.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 그들의 만남은 겨우 4일 밖에 지속될 수 없었으나 그들의 감정은 너무나 확실했다. 프란체스카는 자신의 남편인 리처드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킨케이드를 따라나서지 않았고 킨케이드는 그녀의 생각을 존중했다.

아주 옅은 짝사랑의 감정에도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고백할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를 존중하기 위해 죽을때까지 홀로 힘들어했던 킨케이드의 사랑에 감동받았다. 누군가를 마음에 두면 항상 이기적인 나의 어리석음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작가인 로버트 제임스 윌러는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듯 하다. 언젠가 따뜻한 소설 한편이 생각나면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프란체스카에게 사랑고백을 할 때 킨케이드가 했던 주옥같은 말을 소개하므로써 이 책으로 부터 받은 감동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나마 여기에 옮겨보고자 한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작가정신

지연이 누나가 재밌게 읽고 추천해준 책이다. 과학도서관 서점에서 책을 바로 사주어서 계획한 다른 책을 제쳐두고 이 책을 먼저 펼쳤다. 사실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 특히 외국소설은 번역한 글을 읽기 싫어서 더욱 안 읽게 된다 - <파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정말 굉장한 이야기"다. 기묘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 위해 일본 화물선에 몸을 실었다. 그들이 팔고자 하는 동물들과 함께. 태평양에서 화물선은 침몰하고 우여곡절 끝에 파이는 구명보트에 올랐으나 보트에는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 벵골 호랑이가 함께 타고 있었다.

그리고 227일을 표류하던 끝에 멕시코 땅에 닿아 이야기는 결국 해피앤딩! 소설가 얀 마텔은 파이 파텔을 만나 대화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이 소설을 썼다. 기적과도 같은 파이 파텔의 이야기가 세상에 아름답게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은 소설가로서의 얀 마텔의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파이의 심리를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으며 절망속에 보여지는 짧은 재치들이 읽는 내내 나를 피식피식 웃게 만들기도 했다.

최후에는 벵골 호랑이인 리차드 파커와 단둘이 보트에 남게 되는데, 보트위의 기묘한(?) 생태계에서 파이는 현명한 방법으로 호랑이의 우위를 점하는데 성공한다. 채식주의자였던 파이가 삶을 이어가기 위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 처음으로 살아있는 물고기를 죽일 때 눈물을 흘렸던 그가 바다 거북을 난도질 해서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며 - 그가 가진 삶의 의지와 사람의 적응능력에 탄복했다! 나라면 그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아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기묘한 공생관계를 이어온 파이와 리차드 파커. 두려움의 대상이였던 파이는 리처드 파커가 있어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그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해주었으며, 낚시로 잡은 동물들을 먹이로 주었고 배설물을 치워주었다. 멕시코 땅에 도달하여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리차드 파커의 뒷 모습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파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캐스트 어웨이>에서 배구공 친구 윌슨을 떠나보내며 슬퍼하던 톰 행크스가 생각났다.

그런데! 방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허구인 것 같다. 지연누나가 실화라고 해서 의심의 여지없이 실화라고 믿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 처럼 씌여진 소설의 구조 조차도 작가가 마련한 하나의 장치였다. 하지만 난 이 소설에서 들려준 이야기가 실화였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리차드 파커는 어떤 존재일까?
내려놓음
이용규 지음/규장(규장문화사)

모태신앙을 가졌지만 현재는 누가 종교를 물으면 "기독교"라고 이야기 하기 보다 "무교"라고 이야기하는게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나는 이미 오래전에 신앙을 잃어버렸다. 고등학교 다닐때 서울로 전학 온 이후 다녔던 대형교회의 세속적인 모습은 나에게 개신교에 대한염증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성가대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던 예쁜 여학생이 안보이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래전의 - 강렬한 느낌으로 살아 있는 - 하나님을 믿음에 의한 기쁨으로 눈물을 흘려본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기에 언젠가는 다시 찾아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 내 머리는 이성적인 논리로 무장하여 다시 신앙을 되찾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지만, 하버드 박사학위를 가지고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몽골로 선교자의 길을 나섰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길래 그와 같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구실에 앉아 책의 첫장을 펴들고 몇 문장을 일고 처음 내가 느낀 것은 "거부감"이였다. 이미 나는 "크리스천"이 아닌 "보통사람"의 시선으로 "크리스천"의 하나님을 섬김을 거북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 "보통사람"도 아닌 한국의 개신교를 비난하는 "보통사람"이였다. 마침 연구실에 있던 정한형과의 잠깐의 논쟁(?)을 통해 내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것을 내안에서 인정하자 나는 개신교에 대한 나의 그릇된 시선과 함께 거부감을 걷어내고 책을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특정 종교와 신을 떠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것이나 명예, 인정받기와 같은 정신적인 가치까지도 모든 것을 "내려놓음"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저자는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몽골에서 선교하기까지 자신의 전공을 바꿔가며 힘들게 공부했던 유학생활 중에 겪었던 수 많은 어려움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려놓아"야 비로소 하나님안에서 진정한 평화와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슴으로 느꼈던 많은 것들을 지금 머리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웠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경험했다. 이 책으로 인해 다시 신앙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궁금하다.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는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미 믿고 있으면서도 세상을 포기하고 진정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걸지도 모르겠다.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홍세화 지음/한겨레출판

두 개의 거울,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프랑스 사회라는 거울은 나에게 악역을 맡을 것을 요구한다. 그 위에 외유에는 내강이 전제되어야 하듯이, 똘레랑스의 온화함은 앵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앵똘레랑스가 전제되어야 한다. 단호하지 않을 때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일상 속에서 무뎌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악역자의 칼날을 일상적으로 벼리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공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망명자의 신분으로 프랑스에서 가난한 택시운전사로 일하다가 23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홍세화씨는 프랑스 사회라는 거울을 통해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함으로써 악역자가 되기를 자처하였다.

"그렇게 프랑스 사회가 좋으면 거기서 살아라!" 라는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개구리를 잡던 추억이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의미를 그들은 모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일상 속에 무뎌진 우리들은 사회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사회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얼마나 공부하고 알기위해 노력하면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는 무책임한 독설을 뿌려대고 있는 것일까?

그의 이야기는 프랑스 사회에 흐르는 "똘레랑스"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에서 만난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겠다.

다니엘은 쉰한 살이 나이로 공장에서 30년 동안 일을 했는데 자주 결근했다는 이유로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는데 동료들은 이 소식을 듣고 곧바로 부당하다고 외치며 중역실로 몰려가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 항의 농성으로 중역 두 사람이 아침 9시 부터 저녁 6시까지 감금되었다는 이유로 근로자 46명이 법정의 피고석에 섰다. 동료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들의 "연대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치료받는 중이었다. 30년 동안 일을 시킨 뒤에 쉰한 살 먹은 사람을 내쫓는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삶을 이해해야 된다. 그는 열 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월급 받아 누이들을 공부시켰다. 그는 지금도 혼자 살고 있다. 알코올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 행동, 그것은 노동자끼리의 연대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울 뿐이다."

이번에는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자.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일으키면 우리는 불평하기 시작한다. 언론은 일제히 그들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어떠한 처지에 있는지 왜 파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체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노동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노동자이며 지하철 노조의 그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동지"인 것이다. 따라서 "연대의식"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사회에서는 버스나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해도 시민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불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이 더 공익을 강조하는 사회,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의 공은 public으로 공공의 이익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추구하는 나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국의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이념과 정책이 공공의 이익과 사회 정의 구현에 있어 올바른 것인가를 열린마음으로 끊임없이 토론해야한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단지 "국민의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 이외에는 공화국의 특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빨갱이로 몰아 사회로 부터 격리 시키는 것이 공화국의 이상이란 말인가? "색깔론", "사상검증"과 같은 단어를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만나지 않길 바란다.

그 밖에도 책으로 부터 파생된 여러가지 생각해볼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설익은 생각으로 스스로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러워 이만줄인다. 책을 읽기전에는 일상 속에 무뎌저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보이기 시작한다. 열린마음으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토론하여 당당한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대한민국이 "상식의 통하는 사회", "정의가 흐르는 사회"가 되는데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알아갈 수록 점점 좌파가 되어가는구나.
재테크의 99%는 실천이다
박용석 지음/토네이도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실천편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종자돈 만들기,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 해외투자로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편에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부를 일군 젊은 부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므로써 재테크에 대한 인식 전환과 돈이 모이는 원리등을 소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실천방법론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실제로 중국의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1장에서 젊은 부자들이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꼼꼼히 작성하며 끊임없이 자금을 관리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다이어트의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성공요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량과 체중을 기록했던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1장을 읽고 곧바로 대차대조표를 작성하여 순자산을 정리해본 결과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빨리 회사에 가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책을 모두 다 읽은 후에 들었던 생각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다는 사실. 펀드에 간접투자만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외환투자나 해외부동산투자, 재건축 투자등 여러가지 방면에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적은 자금으로도 지렛대 효과를 이용하면 충분히 부동산 투자도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기회는 언제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니까.

저자는 끊임없이 리스크와 공부를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이전의 충분한 공부를 통해 스스로 시장을 보는 눈을 개발하며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배우는 것 같다. 입사 후에 월급을 받고 우왕자왕하지 않도록 충분한 공부를 통해 재테크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자신의 이름 석자에 당당히 공부를 더한 책의 제목은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이 책은 한마디로 독후감이다. 저자의 광범위한 독서의 결과인 독후감을 읽고 그 내용을 다룰 엄두가 나지 않아 간략히 느낀바로 독후감을 대산 할까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하여 너무나도 무지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견딜 수 없어 공부를 시작했다. 최근 인문학 서적을 접하면서 왜 인문학에 대한 독서가 독서의 참맛을 알게 해주는지를 깨닫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서 말해주기 때문. 인문학 서적을 읽으면서 -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총량이 얼마나 보잘 것 없었던 것인가를 인지하게 되었다. 생소한 어휘를 만나 수없이 국어사전을 뒤졌고 생소한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수없이 백과사전을 뒤졌다. 

사실 이 책은 무지렁뱅이인 나로서는 읽기가 어려웠다.  덕분에 이 책의 정수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다양한 분야에 스스로의 공부를 끊임없이 진행시켜나가는 저자의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아직까지는 책의 내용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를 반성하게 했다. 저자는 분명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사유를 통해 책의 내용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용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딴따라라서 좋다
오지혜 지음/한겨레출판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에서 배우 오지혜의 인터뷰 특강을 접하며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무당의 후예라고 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딴따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 궁금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겨레 21>에 연재된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즉 이 책의 컨셉은 '딴따라가 만난 딴따라'였기에 '딴따라'의 감성을 통해 '딴따라'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인기를 쫒는 '연예인'이 아닌 예술 그 자체가 좋아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좋아서 나름의 혼신을 다하고 있는 '딴따라'들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배우 오지혜의 솔직함이 곳곳에서 묻어나와 읽기에 좋았다. 어쩌면 인터뷰 당한 상대 '딴따라'가 이 책을 읽으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는(?) 그녀의 생각과 감상도 가감없이 온전히 옮겨놓았다. 뿐만 아니라 '딴따라'와의 인터뷰로 부터 깨닫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꼭 하고 싶은 연극을 위해 자비를 털거나, 연극으로 생계를 잇기 힘들어 정수가 판매원을 했던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책 읽는 내내 연극에 열정을 불사르는 많은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서울에 가면 꼭 한번 연극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때 교양으로 들었던 '공연과 예술' 수업에서 기말고사 시험 때문에 딱 한번 대학로에서 연극을 본적이 있다. 지금도 눈앞에서 펼쳐졌던 연극배우들의 소름돗는 연기를 기억한다.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
조엘 스폴스키 지음, 강유.허영주.김기영 옮김/에이콘출판

<조엘 온 소프트웨어>는 자신의 블로그에 썼던 글 중에 괜찮은 것을 선별해 책으로 엮은 것 이라면, 이 책은 IT업계에 잔뼈가 굵은 고수(?)들의 블로그에서 조엘이 추천하는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29가지의 이야기에 앞서서 조엘은 자신의 느낌과 경험을 통해 각각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를 제시한다. 아직 개발자로서 일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그다지 와닿지 않아서 읽지 않고 넘어간 부분도 있었지만, 곧 나의 생활이 될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들릴 수 밖에 없었다.

프로그래밍의 스타일 처럼 소프트웨어 개발 자체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외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된다. 개발자에게 일주일에 90시간 일을 시키는 것은 높은 이직율로 인하여 오히려 손해라던가, 팀 보상제도와 같은 주제가 오히려 더 재밌었다. 27번째 이야기인 '직원 채용에 대한 제언'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어떤 개발자로 성장해야 하는가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1. 이 지원자가 다른 팀원은 갖지 못한 무언가를 팀에게 가져다 줄 수 있습니까?
2. 이 지원자는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까?
3. 이 지원자는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으며, 이에 관해 기꺼이 밝혔습니까?
4. 이 지원자는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을 수 있으며, 맡은 일을 충실히 처리해 제품을 완벽히 만들 수 있겠습니까?
5. 이 지원자는 '10배속 코더'입니까?
6. 이 지원자는 좋은 학교 컴퓨터 공학과 출신입니까?
7. 이 지원자가 박사 학위를 소지한 경우, '상품화 능력'을 갖춘 희귀한 사람들 중 하나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있습니까?
8. 이 지원자는 상용 제품 개발팀에서 일한 경력이 있습니까?
9. 이 지원자는 코드를 잘 짭니까?
10. 이 지원자는 여가 시간에도 코드를 작성할 정도로 프로그래밍을 사랑합니까?
대한민국사 3
한홍구 지음/한겨레출판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건 이후에 출판된 책이라 비교적 요즈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재밌게 읽었다. 1부 변절과 변질의 역사에서는 특히 한나라당 김문수, 이재오 의원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아니 흥미롭다기 보다 씁쓸했다.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김문수 의원이 노동운동을 탄압하던 세력이 운집해 있는 당에 들어가서 1997년 노동법 날치기에 앞장섰던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부에서는 과거청산의 중요성을 독설한다. 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과거청산을 하지 못했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려던 양심적 인사들이 친일파에 의해 거꾸로 청산당했다. 뿐만아니라 국가기관에 의해 발생한 각종 의문사 또한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나마 국정원이 2004년 11월,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발족하여 진상규명을 통한 과거청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3부에서는 2004년 대통령 탄핵사건을 통해 현재의 수구와 진보의 역학관계를 진단하고, 4부에서는 간첩에 관한 웃지 못할 코메디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군대이야기와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에 대해 공감을 갖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집총을 강요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병력은 과잉 상태에 있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사 1, 2, 3권을 모두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배우고,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는 -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겠으나 - 지배세력에 의해 날조된(?) 역사라는 것이다. 후손들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 개개인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홍세화,박노자 외 지음/한겨레출판

매년 한번씩 열리는 한겨레 21의 인터뷰 특강을 엮은 책. 지난 번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교양을 쌓기 위한 지름길을 만난 것과 같았다. 이번 책 역시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사회이면의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배움의 즐거움이 쏠쏠하였다.

이미 다른 책으로 친숙해진 홍세화, 한홍구님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기 시작했다. 홍세화님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적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그동안 손에 잡히지 않았던 진보의 개념을 어느정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항상 물신을 쫒는 것이 아닌 자아실현을 강조한 홍세화님의 이야기는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있다.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는 결국 개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에 달려 있습니다. 사회문화적 소양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과 성숙, 남이 소유한 것과 내가 소유한 것을 견주기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를 지향하는 끊임없는 긴장이 요구된다는 생각은, 제가 자신에게도 항상 되새기고 있는 것이기도 해서 여기 계신 분들께 말씀드렸습니다. 자기 존재에 미학을 부여하시기 바랍니다.

<21세기를 바꾸는 ... > 시리즈를 읽게 되면 항상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 지배세력에 의해 의식화되어 버린 -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교양편에서는 특히 하종강님을 통해 노동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노동운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노동문제가 당장 내년에 취업할 나의 문제임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좋은 대우를 받고 있으면서도 단체행동으로 시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사익을 챙기려는 노동운동이 없진 않으나, 노동문제가 노동자의 당영한 권리를 되찾는데에 그 본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우드 쿠탑님의 인터뷰에서는 기독교를 종교로 가지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시각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미국의 언론 통제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임을 알 수 있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개입하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도착한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이 기대가 된다. 그 책에서 또 어떤 세상의 진실을, 지식인의 성찰을 접할 수 있을까? 언제 기회가 된다면 한겨레 21의 인터뷰 특강에 참가하고 싶다.

가로세로 세계사 2
이원복 글.그림/김영사

고등학교때 세계사라는 과목을 굉장히 싫어했다. 내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암기를 해야했는데 복잡한 세계사의 흐름을 달달 외우는 것은 지겹고도 고통스러운 일이였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스스로 알고 싶어서 역사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공부의 필요성을 알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 좀 더 탄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을텐데 뭐든 억지로 하는 것은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가로세로 세계사 2권은 동남아시아 여러나라의 역사를 소개한다. 베트남, 타이,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동티모르, 라오스. 이 책만큼 쉽게 동남아사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 또 있을까?

우리는 아마 동남아시아를 우리보다 못살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그들도 외세의 침략을 받기 전에 제국을 이루었고 번성했으며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근대사는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외세로 부터 독립후 이념논쟁과 군부독재 시절을 거쳐 민주화를 이룩하였다는 점이 너무나 똑같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국경이 외세가 점령한 지역을 따라 그어졌다는 사실이 그들의 어두웠던 근대사를 말해준다. 그들과 우리의 역사를 들춰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다행히도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아직도 독재자의 아집과 욕심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그들이 권리를 되찾아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가로세로 세계사 1
이원복 글.그림/김영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요즘이다. <피아니스트>를 읽으며 왜 히틀러가 유태인을 학살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야 했기에 우리나라의 근대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도 두루 알고 싶어서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알라딘 TTB 우수 리뷰어 으뜸상 수상으로 받은 적립금 5만원으로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가로세로 세계사 1권은 발칸반도의 여러나라들의 역사와 종교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상당한 분량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 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분쟁지역인 발칸반도의 서양과 동양을 잇는 요충지로서의 지리적 배경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우리나라의 그 것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서유럽과 러시아, 터키등 강대국에 둘러쌓여 침략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대리전까지 수행해야했던, 세계대전의 진원지가 되었던 발칸반도의 기구한(?)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방정교와 로마카톨릭 그리고 신교가 어떻게 성립되었고 어떠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했던 것이였기 때문. 또한 민족국가 성립에 대한 설명도 명쾌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난 것은 다름아닌 '똘레랑스' 였다.

결국 대부분의 사회적인 문제는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열린 민족주의'를 세계평화의 해답으로 제시한다. 발칸반도의 수 많은 분쟁의 역사는 대부분 자신의 민족이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민족을 무시했던 '닫힌 민족주의'가 그 원인이였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우리민족은 지혜롭게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아주 오래전에 이슈가 된 적이 있었기에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홍세화님이 누군지 왜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체 그저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예상만 했을 뿐 읽어본 적은 없었다. 최근 읽었던 책에서 홍세화님을 처음 만났고 그의 생각을 접하면서 그의 생각과 경험을 더 알고 싶었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단지 한국사회에 반항하였다.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증오의 사회를 반항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망명자였다. 대한민국을 빼고 모든 나라를 방문할 수 있는 이방인. 그는 우연찮게 회사의 일로 파리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남민전 사건이 터져 동료들이 모진고초를 겪을 때 그는 크나큰 마음의 짐을 들쳐업고 망명자로 살아가야 했다.

살아가기 위해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면서 그가 바라본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 사회와 다른 사회의 만남을 통해 느낀점이 잘 드러나 있다. 그가 프랑스에서 우리나라에 들여오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서 소개한 것은 '똘레랑스'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프랑스말 사전이 밝힌 똘레랑스의 첫번째 뜻은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

즉 나와 다른 남을 관용 허용하고 관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어두운 근대사는 우리 사회를 증오의 사회로 만들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회 구성원이 그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군사독재시절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이였다. 군사적인 억재력으로 그들의 이념을 강제했던 것 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그 자신이 한때 좌익세력에 몸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게 된다. 나와 다른 남을 포용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내 생각을 강제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경계해야한다. 격동의(?) 70년대에 대학생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심의 소리에 이끌려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고자 행동했던 선배님들께서 겪었던 모진 고초 덕분에 내가 이러한 글을 마음놓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실천문학사

이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체 게바라가 누군지도 몰랐다. 단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몇 번 그의 이름을 발견했을 뿐.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대전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서점에서 잠시 들렀을때였다.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표지는 나를 책으로 이끌었다. 책을 열었을 때 보이는 체의 사진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 처럼 강한 느낌을 받았다. 짧은 순간에 나는 결정했다.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700쪽에 달하는 두께부터 쉽지 않아보였지만 나를 더 힘들게 했던건 700쪽 내내 쉴틈없이 등장하는 수백명의 스쳐가는 인물과 스쳐가는 지명들을 지혜롭게 넘어서야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의 이름과 지명은 심지어 조사와 헤깔릴 정도로 복잡해서 읽는 내내 피곤했다. 그러나 체에 관한한 모든 것을 기록하려 했던 저자의 노력를 탓할 순 없었다.

개릴라 전사로서 체라는 이름을 가지기 전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의대생이였다. 그는 알베트로와 함께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하며 라틴아메리카의 뿌리를 찾고 민중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모순된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제국주의에 멍들어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깨달은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체 게바라가 되어 자신의 나라도 아닌 쿠바 혁명에 뛰어들게 된다. 피델 카스트로와 여든두명의 대원들은 그란마호를 타고 쿠바에 상륙하여 끝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그는 쿠바혁명에 그치지 않고 볼리비아 혁명에 뛰어들었고 결국 볼리비아에서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의 민중들을 위해 싸웠던 이유는 그가 인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대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기를 자처하였고 민중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혁명에 자신의 삶을 불태웠다. 그가 공산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였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는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왔으며 민중이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다 간 그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죽었어도 죽지 않아서 아직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너희들이 이 편지를 읽게 될 즈음에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지 못할 게다. 너희들은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고, 어린 꼬마들은 이내 나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빠는 소신껏 행동했으며, 내 사진의 신념에 충실했단다. 아빠는 너희들이 훌륭한 혁명가로 자라기를 바란다. 이 세계 어디에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혁명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각자가 외따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하여 주기 바란다.
- 체 게바라가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CEO 책에서 길을 찾다
진희정 지음/비즈니스북스

YES24에서 추가 포인트를 겨냥하여 4만원을 채우다 보니 충동구매한 책. CEO의 인생역정과 그들의 책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몇달전에 읽었던 <지식의 힘>과 유사하다고 생각했기에 책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아직은 의무감 없이도 스스럼없이 책을 손에 쥘 정도로 독서하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처럼 독서에 동기부여를 주는 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CEO 13명의 독서습관, 추천도서 뿐만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면서 책이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위기에서 어떠한 책이 스스로를 일으키는데 도움을 주었는지를 소개한다. 추천도서 목록 덕택에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었던건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과학자 프리드리히 오스발트가 과거의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을 조사해본 결과 두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첫째는 그들이 낙천주의자였고, 두번째는 대단한 독서가들이였다는 것이다. 내가 어느정도의 의무감을 가지고 책을 읽고자 하는 것은 더 큰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겠지만은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책 한권 읽지 않고 현실에 쫒기며 살아온 사람과 평생 수천권의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고 사색하며 지혜를 쌓아온 사람의 차이는 비교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공부한 사람이 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더 큰일을 해낼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매일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CEO들의 책을 선택하는 취향이나 목적, 그리고 습관은 제각각 달랐다. 석사논문작업이 끝나면 그 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하면서 책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독서할지를 고민해보고 싶다.

대한민국사 2
한홍구 지음/한겨레출판

대한민국사 그 두번째 이야기. 기숙사에서 잠들기전 30분 정도 꾸준히 읽은 것이 쌓이고 쌓여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다.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무지가 분단 이래 정통성 없이 이 사회를 지배해온 수구세력에게 강력한 지배수단이 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책표지 뒷면에 실린 홍세화님의 메아리가 책읽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역시 전편처럼 현대사회의 모순이 과거의 역사적 사실로 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소신을 잘 옅볼 수 있었다.

흔히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고 이야기하는 우리민족이 국내에 정책해 있는 화교들을 학살한 일이나 베트남전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역사적 과오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우리민족의 실책(?)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국민학교 교사를 하다가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였고, 해방직후 광복군에 들어갔으며, 남로당에 가입했다가 마지막으로 여순사건 이후 단행된 순국과정에서 다시 한번 극적인 변신을 해서 살아남은 기회주의 청년 박정희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밖에도 항일운동 당시 김일성에 대한 이야기,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이야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야기, 사학비리에 대한 이야기등이 실려있다.

우리의 근대사를 훑어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온갖 사회 문제와 부조리들이 비양심적인 일부 세력에 의해 자행되어왔고,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체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힘으로 세상은 투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우리들 개개인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모두가 조화롭게 행복할 수 있는 세상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한겨레출판

서울가는 기차에서, 회사 다녀오는 길 지하철에서, 대전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 읽어버린 책. 한겨레출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구입한 책. <한겨레21>에서 주최한 '인터뷰특강'에서의 강의와 질답을 책에 담았다. 이 책에 담긴 '인터뷰특강'의 주제는 '상상력'이다. 내가 좋아하는 한비야님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윤기, 홍세화, 박노자, 한홍구, 오귀한님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한비야님의 인터뷰는 이미 그녀의 책을 많이 읽었기에 이미 익숙한 이야기들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일깨우는 바가 크다. 특히 유언장을 썼을 것 같다며 그 내용을 묻는 청중에 질문에 대한 한비야님의 답이 기억에 남는다. 딱히 유언장을 쓰지는 않았지만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받은 체력, 재능, 하나도 남김 없이 몽땅 다 쓰고 가고 싶다는. 나는 내가 받은 능력의 몇 퍼센트나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알려진 홍세화님은 강연에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따위가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소유에 대한 관심이 아닌 존재한 대한 물음을 통한 자아실현을 이야기 한다. 박노자님의 강연에서는 각 나라에서 민족주의가 어떻게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억압하는 마약으로 악용되어왔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었다.

이미 <대한민국사>로 친숙한 느낌을 주는 역사학자 한홍구님은 군사독재 시절을 겪지 않은 지금의 20, 30대들이 새로운 꿈을 꾸고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역사는 진보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항상 우리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가 꿈꾸는대로 변해갈 것 이라고. 중요한 건 동시대의 우리들이 함께 꿈을 꾸고 실현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것.

한겨레신문과 그 흐름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다 보니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제 막 사회문제와 우리의 역사에 관심을 시작하는 나는 아마도 이념의 스펙트럼의 중간에서 약간 왼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내일만 열심히 하고 살아가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읽은 책으로 부터 사회문제와 그 것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이념과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여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이 동시대의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스필만 지음, 김훈 옮김/황금가지

지난 금요일 서울에 올라가면서 새마을 호에서 1시간 30분, 친구를 기다리며 1시간동안 가져간 책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어쩌면 나도 활자중독증에 걸린걸까? 컴퓨터 게임도 지겨웠고 CSI를 보는 것에도 흥미를 못 느끼자 내가 집어든 것은 바로 이 책이였다. 이 책은 아마도 내가 대학생때 구입했던 것 같은데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그만두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왜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까?'와 같은 생각이 반복될 정도로 좋은 책이였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이 이야기는 폴란드 사람이며 유태인인 스필만의 기록이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바르샤바의 방송국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작곡을 하기도 했던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독일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을 겪으면서 가족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수 없이 많은 생명의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야기를 담담히 전하고 있다. 이 이야기가 더욱 감동적일 수 있는 이유는 전쟁의 끝자락에 폐허가 된 텅빈 도시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이 양심있는 독일군 장교의 도움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나쁜 사람 없다." 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 많은 사람들이 비상식적으로 죽어간 경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몇몇 광기어린 인간들의 이기주의로 말미암아 수십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이 이야기를 어떤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떤 이유에서든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의 의지와는 관계 없는)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