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의 전학을 앞둔 고등학교 1학년 막바지에 나는 친구들과 해운대에서 겨울바다를 보고 왔다. 끝 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감상에 잠기기도 하고, 부산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내겐 아련히 남아 있다.

그러한 기억을 더듬으며 이번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였던 지난 일요일에는 창원집에서 분당으로 올라오는 길에 부산에 들러 묘령의 아가씨(?)와 해운대에 다녀왔다. 창원 터미널에서 겨우 30여분만에 부산 서부 터미널에 도착! 생경한 부산시내와 부산사람들을 마주하며 전철을 타고 해운대 역에 도착! 바다로 걸어나가는 길에 해운대 필수 아이템 새우깡을 구입! 드디어 바다에 도착하자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졌다.

CIMG2074

겨울바다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따뜻한 날씨에, 따뜻한 햇볕이 우리를 감싸주어, 날카로운 바다바람이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해운대의 정취를 잠시 감상한 후, 부산 갈매기와의 교감을 위해 새우깡 봉지를 뜯었다.

주변에 갈매기가 없어 갈매기가 꽤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한 후, 시험삼아 새우깡 하나를 공중에 던졌고, 공중에서 새우깡은 사라졌으며, 일순간에 주변 갈매기들이 우리에게로 모여 들었다.처음에는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에.

몇 번 새우깡을 뭉탱이로 던져 줬더니 내 앞에 모여 서서 내 손을 응시하며 다음 새우깡 턴을 기다리는 귀여운 녀석들. 생긴 것도 참 귀엽다.

CIMG2066

재미삼아 봉지에 손을 넣어 새우깡을 꺼내는 척 하고 빈손을 휘둘렀더니, 이 녀석들이 잠깐 날다가 다시 내려앉는다. 몇 번 반복했더니 절반은 미동도 안하는 것이 제법 똑똑하다.

한조각씩 공중으로 던져 주면 정말 잘 받아 먹는다. 그럴때면 내 앞에서 공중부양을 하며 다음 새우깡을 기다린다. 다음 사진은 공중에서 새우깡을 받아 먹는 장면을 순간 포착 한 것! 예쁘게 생겼는데 다리가 하나 없어 왠지 마음이 안좋았다는 ...

CIMG2053

기차시간이 빠듯해서 두어시간만에 떠나야 했다. 다음에는 여유있게 차를 가져가서 달맞이 고개, 해월정에도 올라가 보고, 광안대교 드라이브도 했으면 좋겠다.
오래전부터 경마공원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경마공원역을 빠져 나오는 길부터 경마지를 한권이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의 아우성 덕분에 괜히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상인에게 천원을 건내고 경마지와 수성싸인펜을 받았다.

경마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경마지를 펼쳐 해독(?)을 시작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전열을 가다듬고 차분히 읽기 시작하자 조금씩 경마지의 구성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날 열리는 12경기에 출전하는 말의 최근 전적과 조교들의 평가, 그리고 경마지의 자체평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남겨둔체 입장권을 구매하고 경마공원으로 들어섰다.

CIMG2027

경마장으로 들어서기 전에 바로 다음 경기의 출전할 말과 기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이라 어리둥절했지만 차분히 작은 트랙을 도는 말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우울해 보이는 말, 활기차 보이는 말, 산만해 보이는 말 등등.

경마지의 설명을 읽고, 말의 상태를 직접 보면서 이 녀석으로 해야겠다고 정한 후, 경마장 안으로 들어섰다. 마권을 사는 방법도 몰라 어리둥절 한체로, 연습삼아 단승식에 500원을 걸었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 1층 트랙쪽으로 나갔다.

CIMG2028

이 처럼 1층에서는 연인들도 보이고 뭔가 가족적인 분위기가 그럭저럭 괜찮지만,

CIMG2031

이 처럼 위층에서는 어두운색의 잠바를 입은 수많은 아저씨들 사이로 자욱한 담배연기가...

드디어 우리의 첫번째 경주(2월 2일 5경주)는 시작되었고, 내가 걸었던 말은 거짓말처럼 일등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500원은 2350원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다음경주에 앞서 경마초보교실에 가서 복승식, 쌍승식, 복연승식등의 다양한 경마규칙을 배운 후, 말의 상태를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첫번째 경주에서의 쏠쏠한 배당금으로 용기백배한 나는 연승식(1~3등으로 들어오면 배당)에 과감히 2000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했던 두 마리의 말은 모두 1~3등안으로 들어와 5600원을 배당금으로 챙길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자만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여, 드디어 7경주에서는 복승식(1, 2등 말을 순서 없이 정확히 맞추면 배당)에 3000원을 투자했다. 1등이 유력한 말 한마리(13번)와 2등을 할 것 같은 세 마리(3번, 8번, 9번)의 조합으로 각각 1000원씩 걸었는데, 3번, 8번, 9번말이 1~3등으로 들어왔다. 13번 말(5등쯤 한듯)의 배신으로 3000원은 허공으로... 연승식으로 했다면 꽤나 쏠쏠했을텐데...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보수적인 접근으로 돌아와 8경주에서는 다시 연승식에 2000원을 투자하였고, 본전치기나 다름 없는 2350원을 배당 받았다.

경마장에 오기전 했던 다짐은 딱 만원만 쓰는 것이여서, 마지막 9경주에 2500원을 쏟아 부었다. 마지막이라 조금 재밌게 해보려고 쌍승식(1, 2등 말을 순서대로 정확히 맞추면 배당)과 복승식을 섞어 마권을 구입했다. 결과는 7경주때와 마찬가지로 1, 2등이 유력했던 말 한마리과 완전히 뒤로 처지는 바람에 완전히 망했다.

함께한 묘령의 아가씨(?)는 마지막에 연승식으로 5번말에 걸었는데, 마지막 결승점에서 4번말과 5번말이 세번째로 동시에 들어오는 바람에 식안으로 등수를 가려낼 수가 없었고, 전광판에도 한참동안 3, 4등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만약 5번말이 3등으로 인정받게 되면 44배(44000원)를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아쉽게도 4번말이 말발의 차이로 먼저 들어오는 바람에 44배의 고배당은 안드로메다로...

CIMG2035

이날 하루의 경마를 결산해 보면 단승식, 연승식으로 배팅한 경우 모두 배당금을 탈 수 있었으며, 복승식, 쌍승식으로 마권을 구입한 경우에는 모두 잃었다. 총 10,000원을 배팅하여 10,400원을 배당금으로 챙겼고, 게다가 큰 즐거움을 얻고 돌아 왔으니 가히 남는 장사라 할 수 있겠다.

한경주에 500원 1,000원등의 소액으로, 영화표값 정도 냈다 생각하고 욕심 없이 경마에 임한다면 충분히 그 값어치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경험상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보수적으로 단승식, 연승식에 배팅한다면 적어도 투자한 금액의 절반정도는 배당금으로 되찾을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선택한 말이 결승선 향해 질주할 때의 흥분과 짜릿함이 너무나 커서, 지금도 경마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정도니, 경마에 중독되어 매주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다음에는 안전하게 단승식, 연승식으로만 배팅해서 더 큰 즐거움과 수익을 동시에 노려보겠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상세보기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인문의 힘을 빌려 경영에 필요한 통찰의 힘을! 오늘날 모든 분야를 통틀어 가장 필요한 것은 '통찰의 힘'이다. 사람경영, 자아경영, 기업경영, 국가경영 등 그 어떤 분야의 통찰의 힘을 시급하고 긴요하다. 그렇다면 통찰의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바로 인문학(人文學), 즉 '후마니타스(humanitas)'다. 인문학적 깊이가 건널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는 불확실한 현대 비즈니스 사회에서

책을 읽고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길 때, 보통은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나의 감상을 정리하는 식이였는데, 이 책은 워낙 긴 기간에 걸쳐 조금씩 읽어 제대로 된 글을 남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책을 구입할 때는 몰랐는데,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이전에도 만난적이 있는 분이였다. "완벽에의 충동"이라는 책의 저자 정진홍님이였는데, 책의 상세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강렬한 느낌만은 아직도 기억한다.

최 근 나의 독서를 논하자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독서를 성공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여기고, 의무감에서라도 책을 찾게 되는 이유는,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는 것과 다른 사람들으로부터의 배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력, 그리고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지침을 얻을 수 있고, 긴장 없이 살아가다가도 책으로부터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을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인문학 독서는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과 안목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경영자에게 필수인 것이다.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시작은 역사로 청나라의 강건성세를 이루었던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의 역사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어 창의성, 디지털, 스토리, 욕망, 유혹, 매너, 전쟁, 모험, 역사로 인문학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각각의 주제별로 저자의 다양한 인문학 독서로 쌓인 지식들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역사속의 인물들로부터 경영자로서 눈여겨 보아야 할 여러가지 덕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보람이 있었다.


요즘 가장 즐겨 듣는 곡이다. 현대 음악이라 그런지 난해한듯 하면서도, 계속 들으면 들을 수록 매력적이라 자꾸 찾게 된다. 원래 피아노 곡이 아닌 것을 피아노 버젼으로 편곡한 곡이라 그런지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곡이라고 한다. 매일 CD로 듣다가 이렇게 임동혁 군이 직접 연주하는 동영상을 찾게 되어 기쁠 따름. 좀 더 일찍 이 세계(?)를 알았다라면 공연장에서 직접 감상했었을텐데 너무 아쉽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연을 어제 밤에 단신으로 다녀왔다. 새롭게 시작한 일때문에 매일 오전 회의가 이어지는 바쁜 요즘이지만, 밤을 새는 한이 있어도 공연은 꼭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공연 후 회사로 돌아와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세번째로 찾아가는 예술의 전당은 낯설지 않았다. 공연이 곧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수 많은 인파가 음악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홀로 길을 재촉하여 음악당에 도착한 후, 클럽발코니 코너에서 예매한 표와 프로그램 북을 받았다. 20분 전에 도착해서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었지만, 프로그램 북을 찬찬히 읽어볼 요량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내 주변에 앉은 분들 역시 나 처럼 혼자 오신 분들이라 혼자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같이 간 사람이 지루해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

로시니
오페라 '도둑까치' 서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Op.18

-인터미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Op. 30

공연은 KBS교향악단의 '도둑까지'서곡으로 시작되었다. KBS교향악단에게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서혜경 선생님(?)의 라흐마니노프를 빨리 듣고 싶은 마음에 '도둑까치'서곡이 빨리 끝나길 바랬다. 바램대로 '도둑까치'서곡이 끝난 후, 드디어 서혜경 선생님이 무대로 걸어나오셨고, 환호와 갈채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라흐 피협 2번의 피아노 솔로 시작부분이 꿈처럼 들려왔다. '건반 위의 활화산'이라는 별명 답게 그녀의 연주는 힘이 있었고, 그 순간 나의 시야는 흐려졌다. 불굴의 의지로 암이라는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당당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그녀의 삶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여서 그랬는지, 음악이 주는 감동의 크기가 내가 받아들이기 벅차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하게 연주하는 부분, 빠르게 연주하는 부분에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 열정적이였다.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역시나 익숙한 2번은 큰 감동을 주었다. 인터미션에서 잠깐 만난 상운이와 나는 1악장에서 피아노 소리가 너무 작아서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인터미션이 지나고 드디어 3번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45분을 연주하는 3번의 경우 많이 들어보지 않아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잠결에 들었던 부분들이 가슴에 남아 있었는지 충분히 선율을 느낄 수 있을만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역시나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건반 위를 수놓는 손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방사선 치료를 마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3번의 3악장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최고의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그녀가 연주한 음악 자체의 훌륭함에 더하여, 자기를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최선의 연주를 마친 그녀의 모습이 숭고했기 때문이였으리라.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는 그 끝을 알 수 없도록 계속되었다. 몇 번의 고사 끝에 그녀는 마이크를 손에 들고 나왔고,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것 처럼 박수를 멈추고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녀는 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을 다시 쓸 수 있도록 극진히 치료해준 노동영 교수님에게 쇼팽의 야상곡을 바친다며 앵콜곡의 연주를 시작했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피아노 주변에 얇은 붉은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감미로운 선율.

야상곡을 연주하는 그녀의 손이 건반을 완전히 떠났을 때, 관객들은 어김없이 환호화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마이크를 손에 들고 말했다.

"암이 다시 재발하지 않고, 여러분들에게 좋은 음악 들려드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선율에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연주하는 모습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웠던지, 그 순간을 지금 다시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트로이메라가 끝난 후 다시 마이크를 잡은 그녀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고 관객들은 그제서야 따뜻한 마음으로 그녀를 놓아 주었다.

오늘 아침 미팅 준비를 위해 11시 조금 넘어 회사로 돌아와 심야야근을 해야 했지만, 나는 행복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과 아름다운 사람들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는 내 삶에 그러한 행운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내일 공연을 대비하여 어제부터 라흐 피협 3번을 열심히 벼락치기로 듣고 있다. 2번이 워낙 좋아서 계속 2번만 듣다 보니, 3번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계속 돌려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1, 2, 3, 4번을 다 듣게 되었는데 모두 괜찮았다. 물론 최고는 2번이라고 생각되지만. 3번은 처음 시작하는 선율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건 그렇고 여러가지로 바쁜 요즘이다. 지난해 10월말에 집중회의 발표를 했는데, 새로 맡게된 일로 인하여 얼떨결에 다음주에 집중회의를 발표하게 될 것 같다. (보통 1년에 한번 하는 것인데...) 게다가 주말에는 토요일, 일요일 모두 약속이 있고, 목, 금은 회사 연구실 워크샵, 금, 토는 오즈 엠티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듯. 그나마 학부시절 걱정돌이였던 내가 많이 대범해졌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지금도 별 걱정없이 막연히 잘 될꺼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CIMG2003

CIMG2006

쇼팽 스패셜 리스트 임동혁의 첫번째 음반이다. MP3로 듣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CD를 구입하여 CDP로 감상하고 있다. 최근에 구입한 이어폰 MDR-E888과 함께!

국내에서는 임동혁, 김정원을 쇼팽 스패셜리스트로 뽑을 수 있을 듯 한데, 같은 곡의 다른 연주를 들어보면 확실히 스타일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임동혁의 연주는 물흐르듯 자연스럽워 선율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반면에, 김정원의 연주는 절제된 힘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 각자의 스타일을 모두 좋아하는 편.

1. Scherzo No.2 In B Flat Minor, Op.31 (Frederic Chopin)    
2. Nocturne In D Flat, Op.27 No.2    
3. Ballade No.1 In G Minor, Op.23    
4. Etude In C, Op.10 No.1    
5. 4 Impromptus, D.899: No.1 In C Minor: Allegro Molto Moderato (Franz Schubert)    
6. 4 Impromptus, D.899: No.2 In E Flat: Allegro    
7. 4 Impromptus, D.899: No.3 In G Flat: Andante    
8. 4 Impromptus, D.899: No.4 In A Flat: Allegretto    
9. La Valse - Poeme Choregraphique (Maurice Ravel)

슈베르트나 라벨은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1~4번 트랙만 열심히 들었다. 쇼팽 스케르초 2번은 김정원의 앨범에서, 2번 트랙의 야상곡은 랑랑의 DVD에서, 발라드 1번과 에튀드 10-1은 피아노 학원에서 현택형이 연주하는걸 들어서 친숙했다.

개인적으로는 임동혁의 쇼팽 발라드 1번 연주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연주를 최근에 들어 보았는데 나에게는 매끄럽지 않고, 템포가 느려 답답한 느낌을 주었으나 임동혁의 연주는 거침 없이 낭만선율을 쏟아내어 온전히 음악에 빠질 수 있게 한다.

CD로 음악을 듣는 장점 중에 하나가 음반 전체를 끝까지 듣게 된다는 것. CDP의 불편함 덕분에 마지막 트랙까지 듣게 되면서 슈베르트의 즉흥곡과 라벨의 라 발스까지 접하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평이하게 듣기에 좋은 정도라서 조금 더 집중해서 들어봐야 할 듯하다. 라벨의 라 발스는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든 현대음악처럼 난해하기 그지 없었는데 계속 듣다 보니 중간중간에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선율이 좋았다. 점차 난해한 부분들이 듣기 좋은 선율과 조화를 이루어 가면서, 이 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다음 달에는 임동민, 임동혁 형제의 쇼팽 콩쿠르 라이브 2005 혹은 Chopin Recital를 구입해서 들어볼 예정.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은 어떨까?


죽음의 선고 딛고…암 이긴 음악 열정

다음주 화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있을 피아니스트 서혜경님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번 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기사에 삽입된 동영상에서 간간히 들리는 아름다운 낭만 선율이 벌써부터 가슴을 설레게 한다. 유방암으로 투병할 당시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의사들의 예상을 깨고,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라흐 피협 3번으로 다시 돌아온다니 더욱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주야를 불문하고 불시에 회의가 생기곤 하는데 부디 다음주 화요일 밤에 회의가 생기는 불상사가 없기를. 그리고 처음으로 혼자서 공연을 관람하러 가는데 부디 외롭지 않기를.
몇달 전에 인터넷 한겨례를 읽다가 "나도 상류층과 결혼할 수 있을까?" 광고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무리 세상이 그렇고 그렇다지만 한마디로 어이없고 기가찼다. 대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상류층과 결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보려는건지 궁금해져서, 일종의 설문조사에 응했었는데, 질문은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연봉?
부모님 재산?
본인 재산?
직업?
...

요즘 결혼정보회사가 장사가 잘 안되는지, 그때 그 광고를 냈던 웨디안에서 매우 평범한 직장인인 나에게 어제 전화를 걸어왔다.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현재는 결혼할 생각도 없고, 결혼할 준비도 안되있고, 그런 곳에서 배우자 될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나중에 또 연락하겠다는 웨딩플래너의 말에 안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화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니가계부를 적으러 가끔 모네타(http://www.moneta.co.kr/)를 들르곤 하는데, 여기에 인기글 목록을 보면 재태크와 관련없는 인생상담 글이 절반정도를 차지한다. 결혼과 현실에 대한, 남자면 남자 여자면 여자들의 고민과 많은 덧글들을 읽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아, 이건 아닌데...'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건 좋은 선이 들어와서 고민하는 여성,
남자는 다 똑같다며 조건 좋은 사람만나라고 부추기는 주변 사람들,
결혼은 현실이라며 어려운 환경의 남자친구와 헤어졌던 경험자의 덧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인 조건이 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지만, 두 사람의 노력으로 그 것을 맞추어 나갈 수 있다면, 나는 결코 경제적인 조건이 결혼생활의 행복을 결정할 수 없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그 최소한의 경제적인 조건을 스스로의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직 준비가 한참 덜 되었지만.)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진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내가 언젠가 배우자를 만난다면 항상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 내가 이상주의적인 몽상가일까?
작년에는 어머니를 위해 냉장고를 사드렸고, 올해는 아버지를 위해 TV를 사드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거의 일주일동안 좋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하여 나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고 공부도 하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 제품을 구입하고 나니 마음이 참 후련하다.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 일단은 크게 다음과 같은 항목에 대하여 선택을 해야 했다.

42인치 vs 50인치
LCD vs PDP
PAVV vs XCANVAS

그리고 제품을 선택할때 고려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화질
색감
디자인
사운드
전력소모
편의성
출시일
가격

매장을 찾아가기 전에는 Full HD를 지원하는 42인치 파브 LCD를 사려고 했다. 가까운 삼성플라자에 들려 직접 제품을 구경해보니 LCD는 확실히 잔상이 느껴지고, 눈이 피로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PDP의 경우 눈이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무리해서 50인치 PDP를 사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때 잠정 결정했던 제품은 XCANVAS 50PC5DP였다.

이 제품으로 잠정 결정한체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비교했고, 자연스럽게 삼성제품과 화질을 비교하게 되었는데, 삼성의 경우 좀더 선명하고 색감이 원색에 가까워 잠정 결정을 보류하고 삼성제품에 대해서도 고려해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PAVV 50C91HD(릴리)와 50Q92HD(깐느)가 물망에 올랐다.

까페에서 사람들과 정보 공유를 하면서 50PC5DP의 경우 고주파음 문제가 있다 하여 이 제품은 Wish List에서 제외되었고, 까페 분들이 많이들 추천한 XCANVAS 50PB3DP1를 고려하게 되었다.

구입을 하러 나서기 전에, 기왕이면 10, 20만원 더 들여도 좋은 제품으로 사자는 결론을 내리고, 최종 선택은 PAVV 50Q92HD와 XCANVAS 50PB3DP1 중에 하기로 했다.

이 두 제품을 비교하자면,

화질,색감 - 50Q92HD(원색에 가까움, 선명함) > 50PB3DP1(부드러움, 눈이 편안함)
디자인 - 50Q92HD < 50PB3DP1
사운드 - 50Q92HD < 50PB3DP1
전력소모 - 50PB3DP1이 적음
편의성 - XCANVAS가 조작이 편리함
출시일 - 50Q92HD(2007.3), 50PB3DP1(2007.10)
가격 - 비슷함

딱히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백화점에 가서 구입 조건을 봐서 결정하기로 하고, 수내역 롯대백화점을 방문했다. 하이마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놀라 이 곳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구입하기 위하여 졸지에 롯대카드를 신청하게 되었지만.

LCD나 PDP는 워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가는 제품이라 가능하면 최신 제품을 사는게 낫다는 판단이 들어, 곧 단종될 깐느를 사기에는 좀 찝찝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XCANVAS 제품이 부모님이 쓰시기에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50PB3DP1을 최종 구입하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래 고민하고 발로 뛴 덕분에 좋은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구입한 것 같아서 흡족하다. 돈을 버니 부모님께 뭔가 해드릴 수 있다는 것도 참 뿌듯하고. 제품이 도착하면 집에 가서 구경하고 싶긴 하지만 1월달에는 여러가지로 주말에 이벤트(?)가 많고, 갑작스럽게 새로 시작한 일이 있어 집에 갈 여유가 없는 것이 아쉽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앵커> 졸업을 앞두고 결혼을 고려하는 여대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극심한 취업난과 고된 사회생활을 피해 결혼을 하겠다는 현실적인 선택인데요. 전문직 배우자를 찾는 여대생들이 결혼정보업체를 부쩍 많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김종환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 취업 대신 결혼을 고려하고 있는 여대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취업도 문제지만 어렵게 입사한 뒤의 사회생활이 더 걱정됩니다. 극심한 취업난과 고된 사회생활 대신 안정적인 결혼생활에 끌리고 있습니다. 배우자를 바라보는 조건은 단연 경제력입니다. 물론 학력과 성격, 외모도 중요한 조건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더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여대생들의 노력도 상당합니다. 몸 관리는 물론 명문대학원 진학으로 결혼에 대비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국내 한 결혼정보업체가 졸업을 앞둔 여대생 41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1% 가량이 취업 대신 결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힘든 사회생활 보다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나 편하게 살고 싶어서"란 이유가 52%로 가장 많았습니다.

최근 결혼정보업체에는 졸업을 앞둔 여대생들의 결혼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 남성들이 결혼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대생들은 배우자의 직업으로 법조인이나 의사, 공사직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취업난과 어려운 사회생활 걱정 속에서 여성들의 '화려한 싱글' 트렌드가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김종환입니다.

성찰없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기사. 능력있는 남자만나서 편하게 사는게 그녀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인가?
마음과 지혜를 함께 닦는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라.
선이 작다고 그것을 아니 행하지 말고, 악이 작다고 그것을 행하지 말라.
즐기되 빠지지 말라.
몸과 마음을 다하여 힘써라.
한 사람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지, 천하가 한 사람을 받드는 것이 아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상세보기
장 지글러 지음 | 갈라파고스 펴냄
전 세계 기아의 실태와 배후 요인들을 대화형식으로 알기 쉽게 소개! 부족한 것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 음식점에서는 손만 조금 댄 반찬들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음식을 낭비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밥 한끼, 빵 한 조각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유

월드비전의 활동을 소개한 한비야, 김혜자님의 책으로부터 세계의 기아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아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쓰여있어, 심각하고 복잡한 세계의 기아 문제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세계 각지의 어린아이들의 참상을 전달하는데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저자 나름의 분석과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인류는 전세계 인구의 두배를 먹여 살릴 수 있을만큼의 식량을 생산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초에 한명씩 어린아이가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비합리적인 현실이다. 언뜻 생각하면 세계의 기아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아프리카의 척박한 농업환경 등이 주된 문제라고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판단은 읽기 전과 분명히 달랐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정글 자본 주의, 거대 금융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무역구조,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의 부패한 관료들,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내전 등으로 가난한 어른들과 힘없는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저자는 인간성의 회복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한계가 명확한 긴급구호 활동이 아닌 기아 문제를 앓고 있는 각국이 자급자족적 경제를 스스로 이룩하는 것을 유일한 해답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부르키나파소가 토마스 상카라의 개혁으로 4년만에 자급자족하게 되었던 것을 사례로 들어 그러한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 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야.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은 인간 뿐이라는 말을 저자는 몇 번이고 반복하며 희망을 보려하는데, 정말 인간은 그러한 존재일까?
15년만에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지 169일째

2008년 1월 9일, 야마하 U1

한곡 전체를 실수 없이 연주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미스 없이 녹음해 보려했지만 현재 실력으로는 불가능... ^^;
한동안 실력이 잘 늘지 않아서 고생했지만 한 단계를 넘어선 듯.
다음 목표는 클레멘티 소나티네 36-3 1악장!
매주 화요일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는데, 지난 2주간 연속으로 화요일이 공휴일(크리스마스, 신정)인 덕분에 오늘 3주만에 레슨을 받게 되었다. 오랜만의 레슨이라 조금 더 긴장이 되는 한편, 똑같은 곡의 똑같은 부분을 지겹도록 연습했기에 매주 레슨 받을때보다는 조금 나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명료한(?) 소리를 내기 위해 평소에도 버릇처럼 손가락의 끝에 힘을 모아 책상 위를 두드리는 연습을 했더니, 하농을 연주할 때 내가 느끼기에도 전보다 명확히 건반을 누르고 때는 느낌과 함께 선명한 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레가토가 레가토스럽지 않게 되어버렸지만. 뭉개짐과 선명함 사이에서 정확한 느낌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느낌을 찾을 때 까지 배우고 노력하는 것 뿐.

몇 주 동안 혼자 연습하면서 혼자 너무 느꼈기 때문인지, 선생님이 겉멋이 들었다는 지적을 하셨다. 그래도 체르니 30번 역시 평소보다 무난히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가장 즐거운(?) 소나티네를 배우는 시간. 소나티네가 가장 재밌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한 편이라 비교적 자신있게 연주할 수 있었다. 몇 군대 지적 받긴 했지만 무난히 첫번째 연주를 끝냈다. 템포를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겠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미스가 나겠지만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중간정도까지는 템포를 빠르게 하여 리드해 주셨고, 생각보다 무난히, 스스로에게 놀라며 연주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꼭 배우고 싶어했던 바로 이 곡.


임동혁이 콘서트에서 장난스럽게 대략 2배속으로 연주한 듯한데, 화려하면서도 경쾌한 것이 연주하는 맛이 쏠쏠 할 듯 하여 예전부터 꼭 배워보고 싶었다. 그동안 연주해보려고 몇 번 시도해 봤는데 그전에 배웠던 곡들 만큼 쉽게 소화가 안된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제 정식으로 배우게 되었으니 될때까지 노력해봐야겠다.

이번주의 레슨 분위기가 좋았던 덕분에, 다음주 레슨까지 새로 악보를 봐야 하는 부분이 몇 십 마디는 되는 것 같다. 퇴근 후에는 부지런히 악보를 읽어야 할 듯.

p.s.
오늘 레슨을 끝낸 Kuhlau Sonatine Op.55 No.1 1st 역시 전처럼 블로그에 올리려고 레슨 후에 몇 번 녹음을 시도했는데, 레슨 직후라 피곤했는지 미스가 남발하여 다음으로 미루었다. Coming Soon!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의 인상이 워낙 강했는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이다. 이 곡을 좋아한 이후로 생긴 바램은 직접 공연장에서 연주를 듣고 싶다는 것. 기회가 금방 찾아올지 몰랐는데 올해는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라흐피협2번의 공연이 세번이나 열린다.

1월 22일 피아니스트 서혜경 & KBS 교향악단의 2008년 신년음악회 (피아노 서혜경)
2월 15일 성남시립교향악단 49회 정기연주회 (피아노 김재희)
5월 28일 랑랑&차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랑랑)

서혜경님의 공연은 이미 예매해놓고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며, 2월 15일의 성남시향 공연은 당연히 가볼 생각이다. 요즘 DVD로 자주 만나고 있는 랑랑의 공연은 비싸서 약간 고민이 된다. 아직 티켓 오픈도 하지 않은 상태라 좀 더 고민해볼 생각.
오늘은 잠실 롯데호텔에서 2008년 시무식이 있었다. 덕분에 생활패턴이 각자 다른 사택 입사 동기들과 같은 시간에 함께 집을 나서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7시에 일어나 다들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7시 45분쯤 함께 사택을 나섰다. 사람들로 가득한 전철을 타고 잠실역으로 향하는 길, 우리가 함께 느낀 한가지는 10분 걸어서 출퇴근 하는 일상에 대한 고마움이였다.

롯데호텔에 도착해서 준비된 다과를 음미한 후,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대우증권 파견 시절 내 인생의 첫번째 사수였던 이대리님을 찾아 해맸으나 1500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이대리님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행사는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되었다. 모래를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모래를 쓸고 다듬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난 처음에 동영상인줄 알았다. 옆에 있던 건호형이 알려주어서 단상 위를 보았더니 어떤 남자분이 직접 모래로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있었다. 2008년의 해가 떠오르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우리회사의 주제가라고도 할 수 있는 인순이의 "거위의 꿈"에 맞춰  모래는 사람의 손에 의해 생명을 얻고 움직였다. 

대체로 10주년을 맞았던 작년의 시무식에 비해 성대하게 치뤄지진 않았지만, 1500명이 넘는 전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년의 단 하루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수 많은 사람들을 한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움직이게 하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기에 역시 쉽지 않겠다는 생각과 경이롭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결국 시무식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도 이대리님을 찾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조만간 전화 한번 드려야겠다.


몇년전만해도 해가 넘어가는 순간을 카운트다운하며 기념했었는데, 요즘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 순간을 지나쳐 버리곤 한다.  2007년을 보내고 2008년을 맞이하는 순간에 나는 사이버강좌의 토론과 과제를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못했던 mp3 파일의 태그를 정리하며 임동혁이 연주한 쇼팽 발라드 1번을 듣고 있었다.

특별히 그 순간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은 까닭은 지금의 삶이 나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그 연속성을 깨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해를 맞이 했다는 것을 핑계로 매일 해야 할 다짐들을 글로 정리해 보려 한다. 삶의 조건에 대한 만족과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별개의 문제니까.

2008년에는 평범한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 물신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 물들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아야겠고 옳은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삶이 바람직한 삶인지를 항상 고민하며 살겠다.

무엇보다도 올해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까지 내가 보이는 선의의 그 무엇은 그 것이 바람직한 가치라는 이성적인 판단에서 나오는 것일뿐.
입사 첫해를 보낸 2007년에는 총 51권(만화책 4권 포함)의 책을 읽었다. 84권을 읽었던 작년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가진 모든 취미생활(마라톤, 독서, 피아노)를 동시에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책 읽을 시간은 충분했다. 업무의 효율이 낮았고, 저녁식사 후 쉬는 시간, 퇴근 후 시간을 잘 활용했더라면 충분히 작년만큼 독서를 할 수 있었을 것 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2008년 목표는 다시 100권을 읽는 것. 이제 회사생활에 충분히 적응한만큼 요령껏 틈틈히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책은 밑줄을 그어 두었다.

1. 공중그네
2. 이라크의 역사
3. 카네기 행복론
4. 만행
5. 헌법의 풍경
6.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7.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8. 새로운 미래가 온다
9. 천개의 공감
10. 서른의 당신에게
11. 7막 7장 그리고 그 후
12. 네이버 스토리
13.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14. 단 하루만 더
15. 나이스 포스
16. 빨간 신호등
17. 학문의 즐거움
18. 자기설득파워
19.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 전략
20. 백만불짜리 열정
21. 책력
22. 오 하느님
23. 네 꿈에 미쳐라
24. 남한산성
25. 퇴근 후 3시간
26. 패턴리딩
27. 김병기의 펀드투자는 과학이다
28. 마법에 걸린 나라
29. 독재자 리더쉽
30. 가시고기
31.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 하지 않는다
32.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33. 누구나 홀로 선 나무
34. 대한민국 개조론
35. 그래, 우리는 싱글맘 싱글대디다
36.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37. 내일도 나를 사랑할 건가요?
38.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
39. 만화 박정희, 만화 전두환
40. 일 분 후의 삶
41.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42. 카이스트 MBA, 열정
43. 삼국지 경영학
44. The Secret
45.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46. 젊은 날의 깨달음
47. 착한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상세보기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펴냄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으로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의 신작 에세이. 이 책은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은 것으로 병원을 주무대로 하여 병원에서 만난 이웃들의 고단함, 눈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는 진료비를 깎아드렸더니 답례로 생 닭을 선물한 노부부, 잠이라도 편히 자게 해달라며 진통제를 구하러 온 말기 암 환자, 태어나기도 전

내가 시골의사 박경철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이 아니라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라는 경제학 서적이었다. 해박한 지식과 맛깔나는 글솜씨에 반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사서 읽게 되었고, 지금은 그의 블로그의 팬이 되어 RSS를 등록해두고 자주 방문하고 있다.

시골의사 블로그.. (http://blog.naver.com/donodonsu)

얼마전 그가 새 책, "착한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블로그에서 접하고 바로 예약구매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서 접했던  감동적이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동안 그의 블로그를 꾸준히 방문한 덕분에 절반이상의 글은 이미 그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이었지만('인생' 카테고리 참조),  다시 읽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안동에서 시골의사로 일하면서 그가 만났던 이웃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부족함 없이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도시사람들인 우리가 느끼지 못한 그들의 삶의 애환을 바라볼 수 있었다. 특히 치료비 문제로 경제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국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이슈와 맞물려 더 큰 안타까움을 주었다. 무상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눈물지으며 내내 했던 생각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피어나는 온정과 행복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 사람 냄세가 물씬 나는 이야기로부터 모든 사람들이 아픔없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읽은지 몇 주는 지난 것 같은데 게으름 때문에 이제서야 리뷰를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오래전부터 읽고 싶어하던 책이다.

조정래, 장회익, 홍세화, 박홍규, 김진애, 고종석, 손석춘, 정혜신, 박노자

특히나 조정래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며, 홍세화님은 사회를 마주하는 나의 가치관 정립에 상당한 영향을 주신 분이라,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그 분들의 글을 먼저 읽고 싶은 유혹을 참아가며 책을 한장 한장 넘기게 되었다.

한분 한분마다 젊은날의 고민과 성찰이 훌륭한 문장으로 잘 드러나있어 읽는 중에 깨달은 바가 많았던 것 같다. 정혜신님의 글에서는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의 전공에 대한 애착과 열정, 그리고 정신분석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이 인상적이였고, 고종석님은 '섞인 것이 아름답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기셨는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잘 포용하지 못하는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글로써 큰 깨달음을 주었다.

역시나 나에게 가장 큰 감동과 깨달음을 준 것은 조정래 선생님의 글이였다. '인생은 단 1회의 연극이다'라는 제목으로 가난하고 힘들었던 어린시절로부터 생겨난 치열한 그의 삶의 자세를 담고 있다.

나는 늘 개인이 생각하는 꿈과 성공이라는 것을 이루는 원리는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꾸준히 성실히 기울이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작심삼일을 경험해본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조정래 선생님은 수십년을 글감옥에서 지내면서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탈고하셨다.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세월의 길고 짧음을 가리지 않고 어김없이 실천해 나갔던 치열한 삶의 자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였을 것이다.

이렇듯 인생에 큰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계속 확인하면서 어찌 한 번 마음먹은 것을 지켜 나가지 않을 수 있는가. 내가 대하소설을 연달아 세 편씩 써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마음먹음의 실천일 뿐이다. 그런 미련스런 노력 말고 무엇이 우리 인생을 책임질 수 있고, 우리 인생에 빛을 줄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타고난 재능보다는 미련스러운 노력을 믿고자 했다. 타고난 작은 재주도 치열한 노력을 바치면 커진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실패한 인생을 용납할 수 없었고, 더욱이 가난에 원수를 갚아야 했던 것이다. 남들이 의아해하는 나의 의지, 열정, 실천, 그런 것들의 뿌리에는 가난이 있었다. 나를 키운 건 가난이었고, 가난이 나의 힘이었다.

난 이 구절을 읽고 나태한 스스로의 삶의 모습이 부끄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 미련스런 노력을 들이기도 이전에 능력의 부족함을 탓하고 있지 않은가?
요즘에는 초딩들이 밀린 구몬학습을 몰아서 하듯 회사에서 신청한 사이버 강의를 몰아서 듣느라 정신이 없다. 크리스마스인 어제도 경영학 과목을 몰아서 공부하느라 6시간은 넘게 투자한 것 같다.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연말이다보니 다른 달보다 유난히 이벤트가 많아  진도가 많이 밀렸다.  20강까지 듣고 과제, 토론, 시험까지 치뤄야 하는데 오늘에서야 13강을 공부 중.

언젠가 경영자가 될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기회를 활용하여 사이버 강의(http://tmax.e-campus.co.kr)로  이번달에는 Prime MBA 경영학 원론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공대생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새롭게 배우는 지식들을 통해 기업과 경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짐을 느낀다.

특히나 우리회사는 최근 몇 년간 단기간에 엄청난 규모확장을 단행하면서, 대기업의 경영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경영학을 처음 접하고 공부하는 나에게는 산지식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경영학 원론을 공부하면서 경영학의 기초가 되는 개념들, 이를테면 핵심역량이나 비전과 같은 것들을 공부할때면 우리회사의 경우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우리회사의 경영자라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우리 회사를 운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면, 경영자가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직원들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와 복지를 제공해 주려는 경영진의 노력,  다른 회사라면 엄두도 내기 힘든 어려운 일을 자신있게 추진하는 CTO의  도전과 열정등을 내부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고 있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이고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 경영자이겠지만, 10년, 20년을 꾸준히 준비한다면 언젠가 나도 좋은 경영자가 될 수 있겠지! 


오늘은 어찌어찌 하여 동생의 이삿짐이 가득찬 16만km를 달린 노련한(?) 프린스를 몰고 집에 내려왔다. 전전날 회사 80년대생 모임에서 달렸던 피로가 아직도 가시질 않았는지 꽤나 피곤한 상태였는데, 동생에게 넘겨받은 차를 딱 타보니 사방의 시야가 막혀 있어 몇달만에 운전대를 잡는 나를 당황캐했다.

예상했던대로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는 최악이였다. 거리로 치면 3분의 1도 안되는 구간인데 절반이상의 시간을 소요했다. 노래를 부르고, 소리도 지르며 잠을 쫒아내기를 수차례. 조수석을 꽉 채운 짐 나부랭이는 시야만 가렸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생 끝에 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드디어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그 동안의 시간지체를 만회하기 위해 140km를 넘나들며 달렸으나 이삿짐으로 가득찬 차체가 이래저래 신경쓰였다. 미친사람처럼 노래 부르는 것도 지쳐 라디오를 틀었다. 그러다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라디오도 잘 안나오길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중 연락이 닿은 동생이 있어 장장 한시간 반동안 통화하면서 오느라 지루한 줄 모르고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김천~현풍 구간이 얼마전에 개통한 덕분에 경부고속도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구마고속도로로 갈아 타서 달리던 중,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차가 오래 되서 운전석 천장에 달려 있는 햇빛 가리개(?)가 아래로 자꾸 내려와서 이걸 고정하려고 계속 한눈 팔다가 커브를 감지 하지 못하고 중앙분리대에 거의 부딛힐 뻔 했다. 그때 시속 100km/h 이상으로 달리고 있던 차의 방향을 무의식적으로 확 꺾어버렸더니 차는 그때부터 out of control 상태에 돌입했다. 우로 꺾고 좌로 걲고 다시 우로 좌로 꺾으면서 브레이크를 점차적으로 밟아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그 사이 몇 초 동안 나는 정말 차가 뒤집히는 줄 알았다. 그 과정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1, 2차선을 마구 넘나들었다. 그런데 천만 다행힌 것은 그 순간 앞 뒤 100m안으로 차가 없었다! 뒤를 바라보니 뒤에 있는 차가 상황이 위험해 보였는지 비상등을 켜고 있었고, 중심을 잡고 나서 나도 비상등을 켰다 끔으로써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위험을 벗어난 직후, 교회도 성당도 다니지 않는 내가 뻔뻔스럽게 내뱉은 한마디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의 부주의로 내가 다치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죄를 지을 뻔 했다. 자만심을 버리고 항상 주의해서 운전해야 하겠다!

이번주 피아노 레슨은 다행히도 마에스트로(?)의 칭찬(?)과 함께 이루어졌다. 2주 연속 발전이 없었는데, 그나마 이번주에는 조금 나아진 점이 있어 다행이다. 쉽게 말하면 겉멋이 들어서 재미 위주로 즐겁게 연습하다 보니 향상 된 것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재미를 포기하고 8마디에서 12마디 정도만 열심히 반복해서 연습했더니 조금 좋아진 것 같다. 악상기호를 유심히 보고 그대로 치려고 한 것과 유심히 들으면서 연습한 것이 도움이 된듯하다.

무난히 하농과 체르니 30번을 넘기고, 드디어 소나티네 시간. 선생님이 천천히 치라고 지시하자 박자가 마음대로 꼬이기 시작한다. 그 때 선생님께서 어떤 음악을 주로 듣냐고 하셔서, 개인적으로 낭만주의 음악을 즐겨듣는다 대답하였다.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선생님께서는 낭만주의 음악 듣는건 당분간 자제하고 바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같은 형식을 갖춘 고전주의 음악을 들으라고 하셨다. (그러나 지금도 쇼팽 에튀드를 듣고 있다.) 그리고 소나티네나 체르니나 하농이나 정박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셨다.

여전히 낭만주의 음악이 귀에 쏙 들어와 즐겨 듣고 있지만, 내년 2월 임동혁의 리사이틀에서 바하의 곡을 연주하는 만큼 이제부터는 바하의 곡을 듣기 시작해야 겠다. 연습도 박자 맞춰 열심히!

어제 저녁에는 현택형의 연주를 듣기 위해 야먀하음악교실 제2회 작은음악회를 다녀왔다. 현택형이 표를 2장 주어서 상운이와 함께 다녀왔는데, 내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컵라면으로 급하게 허기를 때우고 건대입구역 근처의 나루아트센터에 들어섰다.

연주를 연습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느낌이였고, 관람객은 생각보다 적었다. 7시 30분이 되어 공연장으로 들어서, 피아노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로 향했다. 피아노가 무대에서 너무 왼쪽에 치우친 것이 상당히 아쉬웠다. 상운이와 나는 현택형이 연주할 쇼팽의 발라드 1번만을 듣기 위해 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피아노 연주를 제대로 보고 듣고 싶었기 때문.

1부가 끝나고 2부 첫 곡으로 드디어 현택형의 쇼팽 발라드 1번 연주! 많이 긴장해서 그런지 실수가 조금 있었지만, 워낙 다른 참가자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고난이도의 연주라 인상적이였다. 플룻, 바이올린, 첼로, 섹소폰 등 다양한 악기의 연주가 있었는데, 1년 미만으로 배운 사람들이 대다수라 어설픈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반면에 신선한 느낌도 많이 들었다. 대략 20대부터 50, 60대까지의 직장인으로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연습해서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악기의 연주를 들으면서 악기별 투자한 시간대비 성능(?) 혹은 성과(?)비를 생각해보니, 피아노가 가장 낮은 것 같고 그 다음은 바이올린 첼로인 것 같다. 두 손으로 치는 피아노는 어렸을때 부터 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고, 두 손으로 빠르고 정교하게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 같고,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는 소리를 제대로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듣기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 연습해야 할 듯. 반면에 그러한 면에서 가장 유리해 보이는 것은 단연 섹소폰! 6개월 배우셨다는, 머리가 살짝 희끗하시고 인상 좋으신 어르신의 운치있는 연주는 정말 낭만적이였다.

열심히 하면 내년 겨울에는 나도 제 3회 음악회에서 연주할 수 있지 않을까? ㅋㅋ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피아니스트 서혜경과 KBS 교향악단이 함께 하는 2008 신년음악회의 표를 예매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CREDIA 홈페이지를 찾게 되었다. 안그래도 성남아트센터나 예술의 전당 등의 연간회원 가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두 공연 모두 CREDIA에서 주최하는 공연이고, 회원 가입을 하면 20% 할인 혜택이 있어 클럽발코니 회원에 가입하게 되었다.

연간 회원권이 3만원이였는데, 10만원짜리 Prestige 회원권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는 평생 CREDIA에서 주최하는 공연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막상 예술의 전당 회원권을 사려해도 위에 언급한 두 공연 모두 할인혜택이 없고, CREDIA에서 클래식 공연을 많이 주최하고 또 빠른 티켓오픈으로 좋은좌석을 확보할 수 있기에 클래식 공연을 자주 찾는 나로서는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내친김에 두 공연의 예매까지 끝냈다. 2008년 신년음악회는 가장 저렴한 B석으로 티켓 값은 3만원. 20% 할인에 3000원 포인트를 써서 21000원에 예매완료. 임동혁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합창석 좌석을 예매했다. S석 5만원 좌석인데, 20% 할인해서 4만원에 예매  완료. 건반이 잘 보이는 쪽 맨 앞의 딱 한자리가 남아 있어서 놓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16만원을 지출해버렸지만, 티켓은 회사복지포인트로 결제하면 되기에 큰 부담은 없다.

내년 1월, 2월에 있을 공연을 기다리며 열심히 음악을 들어 두어야겠다.

+ Recent posts